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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한국경제 저성장시대 탈출 기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19 19:09

수정 2025.10.19 19:09

IMF 올 한국성장률 0.9% 전망
고도성장시대에 맞춘 경제구조
저성장시대 잘 돌아가도록 개편
인구감소 따라 행정조직 줄이고
기업 투자확대 위해 규제 철폐
조세·사회보험료 증가 억제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의 한국 경제성장률을 0.9%로 전망했다. 이는 전 세계 성장률 3.0%보다 크게 낮고 선진국 성장률 1.5%보다도 낮은 수준이며,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2.0%보다도 낮다. 2026년의 전망도 밝지 않다. IMF 1.8%, 아시아개발은행(ADB) 1.6%, 한국은행 1.6%,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6% 등2% 이하의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2000년대 5%대, 2010년대 초반 3%대였던 잠재성장률이 2%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실제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더 걱정이다.

잠재성장률은 노동, 자본, 생산성에 의하여 결정된다. 저출산으로 신규 노동력 투입이 감소하고, 자본스톡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총요소생산성이 노동과 자본의 위축 흐름을 상쇄할 정도로 높아지지 않으면 잠재성장률 둔화를 저지할 수 없다. 공급 측면도 한계상황이지만 수요 측면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2·4분기의 국민총생산에 대한 지출 추정치에 따르면 전년 동분기 대비 민간소비는 0.9%, 정부소비는 2.6%, 건설투자는 -11.4%, 설비투자는 3.4%, 수출은 4.5% 증가하여 전체적으로 국내총생산은 0.6% 성장에 머물렀다. 잠재성장률 2%를 기준으로 보면 비중이 가장 높은 민간소비가 0.9% 증가해서는 목표 성장률 달성이 어렵다. 성장전망이 불투명한데 투자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고, 글로벌 경제의 성장둔화 및 개발도상국의 약진을 고려하면 수출에 기대하는 것도 어렵다. 국민 세금으로 조달되는 정부 소비로 성장을 견인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가능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 경제는 단기적으로 경기 사이클에 따른 침체도 있지만 구조적으로 하향 추세에 있다. 즉 총공급과 총수요 구조상의 큰 변화가 없는 한, 총체적으로 성장률이 점차 둔화되는 저성장 시대로 빠르게 진입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잠재성장률을 3%대로 끌어올리겠다는 신정부의 구상은 의욕적이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강한 경제·사회의 근본적 개혁이 동반되지 않으면 실현이 쉽지 않다. 정부가 리딩하는 경제성장 시대는 저물었지만, 정부가 민간 경제주체에 주는 시그널은 여전히 중요하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경제정책 방향이 왔다 갔다 하면 정책 리스크가 경제 효율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일차적으로 실질성장률을 잠재성장률의 경로로 복귀시키는 것이 긴급하다는 측면에서 신정부의 2차례에 걸친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긍정적 측면이 강하다. 또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6년도 국가예산안 증가율을 경상경제성장률 4.0% 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8.1%로 잡고,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도록 경제개발에 포인트를 맞춘 것도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이는 성장경로 회복을 위한 마중물로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3.0%대의 경제성장은 일시적으로는 가능할 수 있으나 지속가능하기 쉽지 않다. 대내외 경제기관들이 제시하고 있는 현재의 2.0%대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것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고도성장 시대에 맞추어져 있는 경제사회 구조를 저성장 시대에도 지속가능하도록 개편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장기에는 양해될 수 있었던 비효율적 요소를 하나하나 척결해 나가야 한다. 민간부문에 앞서 정부부문이 개혁을 선도해야 한다. 중앙 및 지방 행정조직을 인구 감소에 맞추어 개편해야 하고 개혁이 쉽지 않은 국방, 교육 등의 분야도 필요하다면 과감히 메스를 대야 한다. 복지지출은 아직도 미흡한 부분을 선도적으로 보완하면서, 낭비적 요소는 줄여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서 증세 압박을 최대한 줄이면서 적자가 구조화된 국가재정도 건전화해야 한다.

경제주체인 가계와 기업이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기업이 국내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조세나 사회보험료 부담 증가를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가계가 성장에 상응하는 적절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사교육비 부담을 완화하고, 자산 점유율이 높은 고령계층과 부동산 원리금 상환으로 위축된 30·40대의 소비를 진작할 대책이 나와야 한다.
이와 함께 늘고 있는 해외여행 지출을 국내로 전환시키는 유인책도 강구되어야 한다.

해방 80년의 대한민국이 조로하느냐, 젊음을 유지하느냐는 국민의 의지에 의하여 결정될 것이다.
아직 선택지가 있다는 것은 큰 희망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