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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됐던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카카오 그룹이 3년 가까이 짓눌렸던 '사법 리스크'라는 가장 큰 굴레에서 벗어나게 됐다. 무죄 판결은 '창업주 리스크'가 해소되는 신호탄으로, 카카오가 추진 중인 AI 대전환과 글로벌 성장 전략이 장애물 없이 재가동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잃어버린 3년…"급변하는 시장, 기민 대처 못해. 뼈아프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센터장에게 "시세조종 목적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김 센터장 개인의 법적 구제에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김 센터장을 둘러싼 재판이 이어지며 카카오 그룹 전체의 경영 안정성에 의문이 제기되어 왔고, 특히 금융 계열사 및 신사업 추진에 보이지 않는 제약으로 작용했다.
판결 이후 카카오 측은 법원의 판결에 감사를 표하며, "SM 인수 과정에서 김범수 창업자를 비롯한 카카오 임직원 누구도 위법적 행위를 논의하거나 도모한 바 없음을 다시한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카카오가 이번 사태로 글로벌 시장 공략과 더 높은 성장 시점을 놓친 점은 뼈아픈 지점이다. 카카오는 'SM 주가 조작' 논란이 불거진 2023년 2월 이후 최근까지 그 당시 주가를 회복하지 못했다. SM 인수전 당시 카카오 주가는 글로벌 진출 등의 기대감이 상당 부분 반영된 상승세를 타고 있었지만, 창업자를 향한 사법 칼날로 제대로 된 성장 전략을 구상할 수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주가를 회복하는데 3년이 걸렸는데, 지금와서 보면 카카오는 글로벌 진출 위한 결정적인 시기에 '잃어버린 3년'을 겪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카카오 측도 이날 공식 입장을 통해 "2년 8개월간 이어진 수사와 재판으로 카카오 그룹은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급격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힘들었던 점은 뼈아프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범수 센터장도 판결 직후 "그동안 카카오에 드리워진 주가조작과 시세조종이라는 그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짧게 입장을 전했다.
■AI 성장전략 본궤도...新사업 드라이브
AI 플랫폼 전환과 인수합병(M&A) 확대, 스테이블코인 등 카카오의 신사업들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동안 최대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했던 부분이 해소된 만큼 투자자 신뢰 회복과 함께 전략적 의사결정이 보다 과감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공통된 관측이다.
카카오는 현재 카카오톡 중심의 AI 기반 플랫폼 혁신을 적극 추진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카카오 AI 기술을 토대로 한 생성형 AI 서비스를 카카오톡을 포함한 전 서비스에 고도화하고 있으며, 핀테크·모빌리티 등 생활형 플랫폼 전반의 AI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또 스테이블코인 전담 TF도 출범시키며, 핵심 공략지로 겨냥하고 있다.
김범수 센터장이 건강 문제로 당분간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나 있겠지만, AI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변곡점에서 창업자로서의 전략적 영향력은 오히려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번 판결로 금융 부문 역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김 센터장 또는 카카오 법인이 벌금형 이상의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카카오뱅크 등 금융 계열사의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제기될 수 있었지만 무죄 판결로 이런 불확실성은 일단락됐다.
한편, 정신아 대표는 사내 공지를 통해 "카카오는 사법 리스크와 신뢰의 흔들림 등 복잡한 문제들을 마주하며 사회적 믿음을 회복하고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며 “그 과정이 때로는 더디게 느껴졌지만, 멈추지 않고 하나씩 문제를 해결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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