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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누가 K조선을 해외로 내몰고 있나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22 18:38

수정 2025.10.22 18:38

강구귀 산업부 차장
강구귀 산업부 차장

"586세대는 노동운동에도 불구하고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의 계획경제로 경제가 성장하는 것만 봤다. 노동운동이 거세지 않았던 일본도 제조업의 태국 등 동남아 지역 이전을 택했는데, 현 정부는 K조선의 해외 이전을 부채질하는 듯하다."

한 대기업 계열사 대표가 기자에게 하소연한 한국 제조업 붕괴의 배경이다. 다른 나라는 리쇼어링(생산시설 국내 이전)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한국은 중대재해처벌법, 2026년 3월 10일 시행되는 원·하청 간 직접 교섭이 가능하도록 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법)' 등 규제만 늘어나고 있다.

제조 현장의 위험 강도가 높은 K조선의 해외 진출을 현 정부가 유도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한화오션 경남 거제사업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후 고용노동부는 현장에 근로감독관을 보내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하기도 했다.

HD현대중공업은 업계 최고 대우인 월 기본급 13만5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격려금 640만원과 특별금(약정임금 100%) 지급, 고용안정협약 체결 등을 통해 임금협상에 겨우 성공했다. 노동친화적인 정부 눈치를 봤다는 것이 지배적 시각이다. 호황인 현재는 부담이 덜하지만 불황으로 돌아설 경우 회사의 버틸 여력을 줄이는 부분이다.

조 바이든 미국 전 대통령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미국으로 리쇼어링을 추진하고 있다. 동맹국에 공장 이전 요구를 하는 등 제조업 부흥을 위해 노골적이다. 한미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가 대표적이다. 당분간은 조선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이겠지만, 미국 선대가 충분하게 확충되면 K조선이 설 자리는 없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미국과 플라자합의 영향만이 아니었다. 일본 내 제조업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제조업 공동화와 일자리 감소가 심화되면서 겪은 일이다.

생산 가능한 인구 구조의 급격한 붕괴가 예정된 상황에서 K조선과 같은 제조업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조선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이라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정부가 제조업에 대한 규제 혁신을 통해 기업이 인공지능(AI) 용접로봇 등 기술 개발로 미래에 준비할 시간을 벌어줄 수는 있다.
미국의 리쇼어링 정도는 바라지도 않는다. 제조업의 해외 이전으로 지역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자멸'뿐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순간 남는 것은 없다는 우화가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ggg@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