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銀 차주 평균 신용점수 급등
규제에 총량한도 줄여 바늘구멍
저신용자 비제도권 내몰릴 우려
정부가 연달아 강도 높은 대출규제를 꺼내면서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신용점수가 치솟고 있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대출 절벽'이 심화되며 중·저신용자들이 비제도권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규제에 총량한도 줄여 바늘구멍
저신용자 비제도권 내몰릴 우려
2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지난 8월 취급한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950점으로 집계됐다. 1년 전(939.4점)보다 10.6점 높은 수치다.
평균 신용점수는 해당 기간에 은행이 신규취급한 대출 차주의 신용점수를 단순 평균한 수치다.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들은 대출금리 인상을 비롯한 심사 강화 등으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올해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한도를 계획 대비 절반으로 축소하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에 따라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접수를 제한하고,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 문턱을 높게 유지하고 있다.
당국은 9·7 대책에 이어 10·15 대책에서는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담대에 한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가산금리 하한을 1.5%에서 3.0%로 높였다. DSR을 계산할 땐 실제 금리에 스트레스금리를 더하는데 스트레스금리가 올라 금리가 높게 책정되면 차주(돈 빌리는 사람)의 원리금 상환액도 늘어나 대출한도는 줄어든다.
특히 주담대 금리의 인상 폭은 저신용자 구간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신용점수 951~1000점 구간 차주와 600점 이하 차주에 대한 5대 은행의 주담대 평균 금리는 지난 8월 기준 각각 4.03%, 4.98%로 0.95%p 차이를 보였다. 1년 전 0.54%p에서 저신용자 구간 주담대 금리가 더 큰 폭으로 오르면서 두 배 가까이 커진 것이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며 상대적으로 신용점수나 소득이 낮은 중·저신용자들이 2금융권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한층 커지고 있다. 특히 고소득자들이 1금융권의 대출 규제 강화로 2금융권으로 이동할 경우 취약차주는 2금융권에서조차 대출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27 규제 이후 약 두 달 간 저축은행에 접수된 개인 자동차담보대출 신청은 총 24만8000건으로 집계됐다. 영업일 기준 일평균 5636건으로, 대출규제 이전인 올해 1∼5월(2230건)보다 약 2.5배 많다. 강도 높은 대출규제로 1·2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신용도가 낮은 차주들이 자동차담보대출로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연말로 다가갈수록 '대출 절벽'이 현실화하며 취약차주 등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5대 은행 가운데 신한·농협은행은 지난달 기준 연간 가계대출 한도를 소진했고, 국민은행은 이르면 다음달 한도가 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규제로 한도가 크게 줄어 연말까지 은행의 대출 여력은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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