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주일간의 아시아 순방길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일본을 방문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회담을 갖고, 이어 한국으로 이동해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순방의 하이라이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으로, 이 회담은 세계 경제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평가되며 벌써부터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말레이시아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미·중 양국은 무역합의를 위해 서로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중국)은 틀림없이 양보해야 할 것이며, 아마도 우리 역시 그렇게 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자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와 첨단 기술 수출 제한 해제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50%가 넘는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인공지능(AI)용 고성능 반도체 및 반도체 공장 설비에 대한 수출 통제도 시행 중이다.
반면 미국은 중국에 미국산 대두 수입 재개와 보잉 항공기 추가 구매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대두 수입 재개 문제를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이 문제는 공화당의 핵심 지지층인 미국 농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준 사안이다. 중국은 지난해 약 12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대두를 수입했지만, 올해 그 수치는 사실상 '0'에 가깝다.
양국 협상의 핵심 지렛대는 희토류와 관세다. 중국은 희토류라는 강력한 협상 카드를 쥐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시진핑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세계 제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 광물에 대한 중국의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내세워 막강한 협상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중국은 이달 초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며 미·중 무역 갈등을 고조시켰다.
희토류는 반도체, 첨단무기, 전기차 등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로,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가공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협상 카드는 추가 관세와 미국산 소프트웨어 수출 제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 이후 100%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또한 노트북, 스마트 기기에서 제트엔진에 이르기까지 미국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제작된 광범위한 품목을 제재 대상으로 검토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중국의 대미 수출품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11월 1일부터 모든 핵심 소프트웨어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양국이 극한 대치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100%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모르겠다. 어떤 확률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들(중국)도 원하지 않을 것이고, 그것은 그들에게 좋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사태를 보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이는 무역전쟁으로의 격화보다 타협을 선호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쿠알라룸푸르에서 실무 협상을 진행했다. 미 재무부는 이날 협의에 대해 "매우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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