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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두려움'이 MZ를 부동산으로 이끈다

최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26 18:45

수정 2025.10.26 18:45

최가영 건설부동산부
최가영 건설부동산부
최근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는 "요즘 MZ세대도 부동산에 그렇게 관심이 많아요?"다. 답부터 하자면 그렇다.

MZ의 관심은 대체로 '투자'보다 '두려움'에서 기인했다. 계속되는 가격 상승세 속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공포와 내 집 마련의 사다리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이 MZ세대를 시장으로 끌어들인다.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 보면 근처 자리에서 '토지거래허가' '입주권' '대장 아파트'와 같은 단어가 흘러나온다.

고개를 돌려보면 2030이 앉아 있다. 중개사무소에 들러봐도 거래하러 오는 사람들의 연령이 눈에 띄게 내려갔다. 한 중개사는 "요즘은 계약하러 오는 사람도, 물건 보러 오는 사람도 젊은이들이 훨씬 많다"며 "20대 커플이 와서 빌라 대신 아파트를 본다고 하면 이제 놀랍지도 않다"고 말했다. 돈은 어떻게 마련하느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답은 비슷하다. "코인이나 주식" "부모님 도움" "대출 한도 끝까지" 등이다. 결국 대박나거나, 타고나거나, 아니면 빚을 내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실제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한국은행 자료를 인용해 밝힌 바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말 기준 30대 이하 주담대 잔액은 241조원으로 전 분기보다 9조4000억원 늘었다. 최근 5년간 모든 연령대 중 최대 증가폭이다.

한편 서울 아파트값은 최근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5% 상승,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거래가 애플리케이션을 켜면 올해에만 1억원 넘게 오른 거래가 줄줄이 올라온다. 게다가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2026년 1만7687가구, 2027년 1만113가구, 2028년 8337가구로 해마다 감소하게 된다. 새로 지어지는 집은 줄고, 기존 집값은 오르니 젊은 세대의 불안은 더 커진다. 월급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다. "처음엔 다 빌라에서 시작했다"는 어른들의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 정부가 발표한 '10·15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은 오히려 사다리를 걷어찼다.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은 3중 규제에 묶여 허가가 필요하다. 또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14억6000만원이지만, 최대 6억원을 넘는 대출이 불가해 수억원의 현금이 있어야만 매수가 가능한 상황이다.
분양가를 고려할 때 청약 역시 현금이 없다면 도전조차 할 수 없다. 집값은 오르고, 공급은 줄고, 대출은 막혔다.
그 좁은 문 앞에서 MZ는 조급해진다.

going@fnnews.com 최가영 건설부동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