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남성 A씨, 차도에 머리 세게 부딪혀 뇌출혈 응급수술
가족 측, 20일 넘게 중환자실...경찰 조치 미흡 비판
경찰 “사고 안타까워...조치는 제대로 해 문제없어”
가족 측, 20일 넘게 중환자실...경찰 조치 미흡 비판
경찰 “사고 안타까워...조치는 제대로 해 문제없어”
【파이낸셜뉴스 고양=김경수 기자】 경찰 보호 조치를 받던 70대 주취자가 도로에 머리를 강하게 부딪혀 의식불명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가족 측은 경찰의 미흡한 조치를 지적했지만, 경찰은 업무 매뉴얼에 따라 가능한 조치를 충분히 취했다며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28일 경기 일산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9시 2분께 지역 한 음식점 직원으로부터 “손님이 술에 많이 취해 가게 앞 인도에 앉아있다”라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일산파출소 소속 경찰관 2명이 출동했다. 출동 당시 70대 남성 A씨는 음식점 앞에서 술에 취해 잠들어 있었다.
인도와 차도 경계선엔 도로경계블록이 설치돼 있다. 경사가 있는 탓에 머리 뒤 쪽을 심하게 바닥에 부딪친 A씨는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경찰은 심폐소생술을 실시했고, 119 구급대 도움으로 A씨를 인근 종합병원으로 옮겼다. 하지만 A씨는 이 사고로 뇌출혈이 발생, 응급수술을 받은지 20일 넘도록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가족 측은 경찰 보호 조치가 미흡했다고 지적한다. 경찰은 시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실제 그 행위를 잘 이행해내지 못해 발생한 낙상으로 뇌가 다치는 심각한 상해를 입었기에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규탄했다.
가족은 “(출동한 경찰이) 주의를 갖고 아버지를 돌봐줬으면 생과 사를 오가는 이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차라리 아버지를 세우지 않고, 순찰차 문을 먼저 열어 차에 태웠으면 될 일 아닌가. 시민 지키는 경찰이 최소한 그거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비난했다.
법조계는 이를 두고 경찰의 업무상 ‘과실치상(사)’에 해당된다고 한다. 경찰의 직무에는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의 보호가 포함된다는 내용이다. 익명을 요구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보면, 경찰관은 구호 대상자를 발견했을 때 생명, 신체에 위해가 생기지 않도록 보호 조치를 완벽하게 해야 한다”며 “주취자는 특별히 더 주의 의무에 신경 써야 했지만, 경찰이 이를 소홀히 해 주취차가 의식불명에 빠지면서 업무상 과실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 측은 A씨 가족에게 발생한 사고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의무 조치는 제대로 했다는 입장이다. 일산서부경찰서 관계자는 “최선을 다해 A씨를 집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불행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경찰은 지침에 따라 가능한 조치를 취했다. 당시 휴대폰을 통해 인적 사항을 파악하던 중 A씨가 갑작스럽게 넘어지면서 다른 경찰관도 함께 넘어지는 불상사가 발생한 것”이라며 “추후 상황에 맞게 사고 관련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주취자 보호 조치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8월, 경찰 보호 조치를 받은 20대 주취자가 도로에 누워있다 버스에 깔려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2024년 11월에는 경찰이 술에 취한 60대 남성을 한파 속에 집 앞에 두고 떠났다가 남성이 사망한 일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2ks@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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