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노동계 "지역 산업 붕괴.. 산업 주권 수호해야"
현대중공업 노조 "마스가로 국내 투자 고용 위축될 듯"
현대자동차 노조 "미국 현지 생산체계.. 국내 노동자 감축 이미 진행"
나원준 경북대 교수 "3500억 달러 투자 강요.. 조공 요구에 가까워"
울산 동구, 청사 외벽에 3500억 달러 투자 요구 항의 현수막 걸어
현대중공업 노조 "마스가로 국내 투자 고용 위축될 듯"
현대자동차 노조 "미국 현지 생산체계.. 국내 노동자 감축 이미 진행"
나원준 경북대 교수 "3500억 달러 투자 강요.. 조공 요구에 가까워"
울산 동구, 청사 외벽에 3500억 달러 투자 요구 항의 현수막 걸어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마스가(MASGA)로 인해 한국의 조선업 인력 문제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기술 인력만 가져가고 실익은 미국이 챙기는 상황에서 우리는 무슨 이득을 얻을 것인가. 한국의 하청 기지로 전락하게 될 상황에서 한국의 조선업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위협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울산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미 관세 전략으로 자동차 산업이 직접적인 악영향을 받고 있으면서도 미국 조선업 부활을 위한 한미 협력 즉 '마스가'의 기대를 동시에 안고 있는 곳이다. 오는 29일 경주 APEC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전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울산의 HD현대중공업 방문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울산지역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그동안 울산지역 노동계는 경주 APEC에 맞춰 방한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을 강도 높계 비난해왔다.
■ 트럼프 방문 시 울산 노동계 반대 시위 예상
울산지역 노동계는 대미 무역 협상과 마스가가 자칫 국내 노동시장의 붕괴와 지역 경제의 몰락을 가져다 올 수 있다며 산업 주권 수호를 강조하고 있다.
위에 인용된 말은 지난 24일 울산동구청,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현대자동차지부,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 진보당 윤종오 의원이 공동주최한 토론회에서 경북대 경상통상학부 나원준 교수가 한 말이다. 울산 동구는 HD현대중공업 본사가 위치하고 있는 곳으로, 이 지역 노동계의 우려는 더 다양하고 심각하다.
28일 민주노동 울산지역본부 등 노동계에 따르면 이번 토론회에서 김종훈 동구청장은 “대미 투자와 관련해 동구 주민들은 투자라기보다는 조공이라는 반응이 많다"라며 "대미 투자가 결정되고 마스가가 채택되면 이 돈은 결국 노동자들이 번 돈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와 산업계의 냉철한 대응을 요구했다. 울산 동구는 최근 구청 외벽에 3500억 달러 투자 요구에 항의하는 대형 현수막을 설치했다.
현대중공업지부 김규진 정책기획실장은 “마스가 프로젝트로 인해 HD현대가 현지 투자 계획을 확대할수록 국내 투자와 고용이 위축된다며, HD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트럼프의 방문을 환영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기업은 돈이 된다는 접근으로만 마스가 사업에 투자하려 한다. 실제로 이게 실현될 수 있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다. 결국 불확실한 이윤을 위해 한국의 기술인력을 퍼부어야 한다. 하청기지가 될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 미국 보호 무역에 국내 노동자 이미 감축
정성용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정책부장은 “관세를 빌미로 한 미국의 산업 재편과 그 비용이 한국 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라며, “미국이 보호무역의 탈을 쓰고 동맹국의 산업 기반을 흡수하는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는 관세를 피한다는 핑계로 미국에 현지 생산 체계를 꾸렸다. 어쩔 수 없다는 선택이라고 주장하지만, 결국 노동비용 절감, 물류 효율성, 현지 판매 확대를 위한 장기적 전략에 관세라는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관세로 인해 부품사들이 흔들리고, 이로 인한 노동자 감축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 현대차는 이윤을 높이기 위해 관세를 핑계로 여러 대책을 낼 수 있어도, 노동자들은 이런 상황에 버틸 수 없다.”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발제를 맡은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미국의 관세 인상은 한국 경제에 치명적이며 충격에 대비해 경제 다변화 정책이 필수적이다”라고 주장했다.
나 교수는 “자동차 관세를 가지고서 대미 투자를 강요하고, 마스가를 내걸며 미국 자신들의 조선업 회복을 위해 한국을 압박하고, 심지어 3500억 달러 투자를 요구하는 이 행태는 한국에 조공을 바치라는 요구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나눠서 낸다고 해서 조공이 투자가 되지 않는다"라며 "왜 이런 부당한 대우를 협상이란 방식으로 대하는가”라고 지적했다.
마스가에 대해서는 “마스가로 인해 한국의 조선업 인력 문제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고 기술 인력만 가져가고 실익은 미국이 챙기는 상황에서 우리는 무슨 이득을 얻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한국의 하청 기지로 전락하게 될 상황에서 한국의 조선업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위협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라며 “현대중공업 등 기업들은 확장되는 미국 시장만을 보고 접근하지만, 너무나 위험한 선택이다"라고 지적했다.
나 교수는 이어 미국은 규제를 먼저 풀지도 않았고, 자국이 주도권을 가져갈 것을 이미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틱톡의 사례에서 보듯 전략 산업은 미국 자신들이 소유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국내 기업은 남을 게 없다고 주장했다.
■ 울산 경제 치명적
아울러 “중국의 입장에서는 이번 마스가 계획은 마치 사드와 같다"라며 "미국과 중국 둘 사이에서 여러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한국 사회 전반에 올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울산 경제도 치명적이라고 내다봤다.
나 교수는 “현재 울산 FTA 통상진흥센터에서 미국 관세 조치 관련 수출기업 영향을 설문조사 했더니, 응답기업의 80%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응답했다”라며 “이미 울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업종 업체들 가운데 3분의 2 넘게 위기로 내몰리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에 편중된 경제 구조가 이런 위기 상황에 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왔다"라며 “울산의 경우 전국 다른 곳에 비해서도 대미 수출에 대한 편중이 심각해 더욱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3500억 달러를 어떻게 다 내야 할 것인지에만 집중하고 있다"라며 "기본은 지역의 제조업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한미 관계에 매달리지 말고 한미관계의 근본적인 개선과 내수를 강화하고 글로벌 사우스로 수출입선을 다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한편 금속노조 울산지부 김기호 지부장은 “노동자나 하청사에 관세 부담을 일방적으로 전가해서는 안 된다”라며, “공급망과 일자리 보호를 위해 트럼프 관세 압박을 거부하고 국내 제조업 일자리를 강화하기 위한 사측의 노력과 노-정교섭이 시급하다”라고 주장했다.
윤종오 국회의원은 “자동차, 조선 등 (울산)주력산업 생산거점과 핵심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가면, 하청업체와 부품 업체까지 연쇄 타격을 받으며, 울산지역 경제는 돌이킬 수 없는 구조조정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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