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제약

"비용·시간 대폭 줄이는 AI 신약 개발 머지 않았다"...임상만 160개

최혜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29 15:40

수정 2025.10.29 15:39

마티 길 아이온랩스 CEO, AI 신약 개발 주제로 강연 아이온랩스, 제약사와 AI 스타트업 연결하는 플랫폼 AI로 항체·소분자 찾고 임상 성공률 높이는 등 연구 주력 중 "향후 10년 안에 AI가 제약 산업 이끌 것"
마티 길 아이온랩스 최고경영자(CEO)가 29일 서울 광진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25 딥스 글로벌 테크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최혜림 기자
마티 길 아이온랩스 최고경영자(CEO)가 29일 서울 광진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25 딥스 글로벌 테크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최혜림 기자

[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은 신약 개발에 드는 막대한 자금과 시간 투자를 대폭 절약해 줄 수 있는 기회입니다."
마티 길 아이온랩스 최고경영자(CEO)는 29일 서울 광진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25 딥스 글로벌 테크콘'에서 'AI와 신약 개발의 미래: 인공지능이 촉발한 제약산업 변화'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이같이 말했다. 마티 길 CEO는 "신약을 연구실에서 환자에게 전달하기까지 평균 20억달러(약 2조9000억원), 10년 이상이 걸리지만 성공률은 10% 미만이다. AI를 통해 성공률을 대폭 높여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미국 바이오 기업 인실리코 메디슨은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을 통해 46일 만에 약 2억원을 들여 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한 바 있다.

관련 후보물질을 기존 방식으로 발굴하면 5년이 걸리며 수백만달러가 든다.

마티 길 CEO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AI 신약 개발 성공에 대한 기대가 과열되며 실망의 시기도 길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약 개발 성공에 도달하는 것은 머지않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마티 길 CEO는 "아직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규제 기관이 AI가 설계한 신약을 승인한 사례는 없지만 시기의 문제지 가능 여부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올해 기준 AI로 설계된 후보 물질 중 임상시험 단계에 있는 것만 160여개"라고 말했다.

마티 길이 이끄는 아이온랩스는 AI 신약 개발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플랫폼이다.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테바 등과 AI 스타트업이 아이디어 단계부터 논의하며 신약을 공동 개발 중이다. 또 아이온랩스는 아마존 등 클라우드 파트너를 통해 컴퓨팅 환경을 제공하고 벤처캐피털 투자를 통해 스타트업 사업 영위가 가능하도록 중개하는 역할을 한다.

마티 길 CEO는 아이온랩스가 육성하는 스타트업 5개를 소개했다. 기업 '데노바이'는 질병 중 90%는 표적을 찾지 못했다는 사실에서 출발, AI를 통해 필요한 표적 단백질을 설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정 질병 표적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AI를 통해 2주만에 적합한 항체 서열을 설계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기업 '캐시디바이오'는 유전자 질환 치료를 위해 개별 환자 유전자 맞춤형 크리스퍼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업 '프로핏'은 질병 표적의 구조를 모르더라도 적절한 기능을 하는 소분자를 찾으면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에 착안, 소분자 탐색 AI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프로핏은 현재 한국 제약사 동방에프티엘과 협업 중이다. '페이스5'는 AI를 통해 어떤 임상에서 환자들이 가장 잘 반응하는지 조사, 임상 성공 확률을 최적화하는 기업이다. 화이자와 협력해 임상 성공률을 30% 높이고 개발 비용을 50% 낮추기 위해 연구 중이다. 기업 '프로미스바이오'는 단백질이 번역된 후 분해되는 양상을 분석해 새로운 질병 기전과 바이오마커를 찾는 AI 기술을 개발한다.

아이온랩스는 '세상을 바꾼다'라는 비전 아래 매년 3개의 AI 신약개발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다.
마티 길 CEO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하는 것이 헬스테크 산업의 본질이라고 꼽았다.

그는 "AI가 개발한 후보물질이 실제로 규제 기관에서 승인받은 사례가 없어 누군가는 인공지능 제약 산업 혁신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AI가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이끌었듯 조만간 환자에게도 새 희망을 주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향후 10년 안에 AI는 제약 산업을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aya@fnnews.com 최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