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원리금 보장 안되면 수익 재배분"… 투자 안전판 마련 [한미 정상회담]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29 21:48

수정 2025.10.29 21:47

관세협상 주요 내용
1500억弗 마스가 선박금융 포함
농축산물 추가 시장 개방 방어
"안보·통상 팩트시트 3일내 발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29일 경북 경주 APEC 미디어센터에서 한미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29일 경북 경주 APEC 미디어센터에서 한미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계획 가운데 현금 투입액을 2000억달러로 제한하고, 이 중 연간 집행 상한을 200억달러로 설정하면서 환율불안과 외환위기 우려를 덜 수 있게 됐다. 특히 한국이 투자 흐름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되면서 투자 주도권과 안전판 역시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간 최대 200억달러…외환시장 리스크 최소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9일 경북 경주시 국제미디어센터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양국 세부합의 내용에 대해 "대미 금융투자 3500억달러는 현금투자 2000억달러, 조선업 1500억달러로 구성됐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에 따라 연 납입한도는 최대 200억달러를 상한으로 설정했고, 외환시장 불안이 우려되는 경우 납입시기 조정 등을 요청할 근거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과는 국내 외환시장 혼란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당초 미국은 3500억달러의 선(先)투자를 요구했으나 이는 국내 외환보유액의 83%에 달해, 단기간 인출 시 환율불안과 외환위기 우려가 제기돼왔다.

이번 협상에서 연간 200억달러를 총 10년간 투자하고,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 달러를 투자한다는 점에서 투자의 주도권과 안전판을 확보하게 됐다. 대미투자의 수익배분 구조는 원리금 상환 전까지 한국과 미국이 5대 5로 나눠 갖기로 했다. 다만 일정 기간 내 한국이 원리금을 전액 상환받지 못할 것으로 보이면 수익배분 비율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양국의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의 총 1500억달러 투자계획을 한국 기업 주도로 추진하게 된 것 역시 마찬가지 의미를 갖는다.

김 실장은 "마스가는 우리 기업 중심으로 추진된다"며 "(투자에) 보증도 포함하는 것으로 했다"고 했다. 이어 "장기금융으로 자금 조달하는 선박금융을 포함해 외환시장 부담을 줄이고, 우리 기업의 선박 수주 가능성은 높였다"고 평가했다.

■불확실성 해소, 농산물 철저히 방어

양국이 앞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이를 지속 적용하는 동시에 자동차 및 부품 관세도 15%로 인하하기로 했다. 관세협상 타결이 지연되면서 경쟁상대인 유럽과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가 부과되는 불확실성이 해결된 셈이다.

품목관세 중 의약품·목제품은 최혜국 대우를 적용하기로 하고 항공기 부품과 제네릭(복제약) 의약품,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 등에 대해선 무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

민감성이 높은 쌀·쇠고기를 포함해 농업 분야에서 추가 시장개방을 철저히 방어했다. 7월 말 한미 관세협상이 큰 틀에서 타결된 직후 세부협상이 교착 상태를 보이면서 쌀과 대두(콩) 등 농산물이 협상 카드로 다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최종 협상에서도 추가 개방이 없다는 우리 정부의 설명이 나왔다. 다만 검역절차에 대한 소통 강화를 합의했다는 점에서 미국산 사과 등의 국내 유입 가능성이 불씨로 남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실장은 관세협상 국면에서 "우리가 양보한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우리가 양보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발언하셨는데 며칠 만에 우리가 양보해서 그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는 원칙을 가지고 누차 말씀드린 대로 시기 때문에 국익을 소홀히 하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안보와 관세 분야를 포괄하는 팩트시트는 2~3일 내 발표될 전망이다.
김 실장은 "안보와 (통상을) 합쳐 팩트시트 (작성에) 2~3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통상 양해각서(MOU)는 거의 문안이 마무리 됐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