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간호사 일하여 얻은 전셋집인데...매일이 눈물입니다" 2030에게 더 혹독한 전세사기 [혼자인家]

안가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02 06:00

수정 2025.11.02 18:30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 3만 명 넘어.. 청년층에 집중 근절 움직임 있지만 제도적 한계, 금전·정신적 고통 전세계약 전·후 필수 사항 체크...스스로 안전망 확보
지난달 20일 부산의 유명 사업가가 계약 기간이 끝난 뒤에도 거액의 전세 보증금을 임차인들에게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드러난 피해자는 100여 명, 피해액은 200억 원에 달하는데 피해자들은 해당 사업가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사진은 피해자 중 한 명인 청년. 2025.10.21 /사진=뉴스1
지난달 20일 부산의 유명 사업가가 계약 기간이 끝난 뒤에도 거액의 전세 보증금을 임차인들에게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드러난 피해자는 100여 명, 피해액은 200억 원에 달하는데 피해자들은 해당 사업가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사진은 피해자 중 한 명인 청년. 2025.10.2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전세사기 피해자입니다. 지방에서 올라와 간호사로 일하며 모은 돈으로 전세를 계약했습니다. 하지만 집주인과 부동산의 기망으로 보증금을 한순간에 잃게 되었습니다. 이미 수십 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상황입니다. 대부분 저 같은 사회초년생이나 학생입니다.

그저 정직하게 일하며 소박하게 살고 싶었을 뿐인데 지금은 하루하루 눈물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A씨(30대)


전세사기로 피해를 입은 임차인(세입자)이 3만 명을 넘어섰다. 피해 연령층은 30대(49.3%)에 집중됐다. 20대도 25.8%나 되며 청년층 비중이 전체의 75%를 넘겼다. 보증금 규모는 1억~2억원(42.3%) 사이가 가장 많았다. 1억원 이하도 41.9%에 달했다. 피해 주택은 다세대주택(30.3%)과 오피스텔(20.8%) 비중이 높았다.

전세사기, 개인의 피해 아닌 경제적 취약 계층 노린 ‘금융범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일단 제도 자체에 모순이 있다. 전세는 본질적으로 금융상품처럼 운영되지만 법적, 제도적으로는 임대차 계약으로 취급된다. 즉 금융감독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임대인(집주인)이 보증금을 이용해 대출이나 다른 투자에 쓰더라도 감독할 장치가 없다.

정부가 전세보증보험 개선,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 등 제도적 보완을 추진했지만, 실질적인 회복은 한계에 부딪힌다는 평가다. 피해자들이 삶을 재건하는데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전세사기 근절을 위한 움직임은 있다. 경찰청은 전세사기 전담수사팀을 꾸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전세사기범 2913명을 검거했다. 이 가운데 108명을 구속했다. 국토부도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진행한 전세사기 기획조사에서 2072건의 이상 거래를 파악했다. 그중 179건의 전세사기 정황을 확인해 임대인과 관련자 42명을 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문제는 전세사기범들이 잡히더라도 다시 반복된다는 데 있다. 피해자들은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긴 소송을 벌여야 하지만, 사기범들은 이미 재산을 은닉하거나 허수 명의를 세워 놓은 경우가 많다. 이에 금전적, 정신적 고통은 온전히 피해자인 임차인이 짊어져야 한다.

결국 스스로 지키는 수밖에 없다. 주요 사기 유형과 계약 전 필수 체크리스트를 정리해봤다.

전세사기 안 당하려면... 주요 사기 유형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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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깡통전세
집값(매매가)보다 전세보증금이 더 비싼 구조다. ▲임대인이 집값보다 높은 전세금을 받아 다른 집이나 투자에 사용 ▲집값이 떨어지면 전세금이 매매가를 초과,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할 위험이 커진다.

② 이중계약
임대인이나 공인중개업자가 같은 주택에 여러 명과 계약을 체결해 보증금을 편취하는 경우다. 등기부상 전입신고 순서를 이용해 후순위 임차인은 보증금 보호가 불가하다. 등기부등본을 위조하거나 가짜 임대인이 나타나는 사례도 있다.

③ 다수의 주택 소유
일명 ‘빌라왕’처럼 수백 채의 주택을 소유한 임대인이 세금 체납, 경제적 이유로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해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 세입자가 피해를 보게 된다.

④ 신탁등기사기
임대인이 직접 부동산을 관리하거나 매매하는 것이 아닌 신탁회사가 이를 대신하는 구조다. 일반적인 임대차 계약에서는 일정 금액 이하의 보증금에 대해 ‘최우선변제’가 가능하지만 신탁된 부동산은 그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세사기 안 당하려면... 계약 전, 필수 체크리스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① 무허가·불법 건축물 여부 확인
전입신고를 할 수 없는 무허가, 불법 건축물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적용을 받지 않아 보증금 보호가 어렵다. 이에 현장 방문 및 건출물대장(세움터 cloud.eais.go.kr)을 확인해야 한다.

건출물대장에 불법 증축이나 용도 변경 등의 위반 건출물 표시가 있는지, 주소나 면적 등 등기부등본과 주택의 표시 사항이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건축물대장을 봤을 때 위반건축물로 단속된 경우 정책 대출을 받을 수가 없다.

② 적정 시세 확인
매매가가 하락하거나 경매 시 보증금 전액 반환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은 매물은 조심해야 한다. 부동산테크(www.rtech.or.kr),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rt.molit.go.kr) 등을 통해 적정 매매가와 전세가 시세를 확인해야 한다.

③ 선순위 권리관계 확인
나의 전세보증금보다 선순위의 채권, 보증금이 있을 경우 보증금 전액 반환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등기부등본 확인
전세계약 전 등기부등본만 꼼꼼히 확인해도 사기의 90%는 사전에 막을 수 있다. 등기부등본을 열람해 근저당권, 압류, 가압류 등 선순위 관리자가 존재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등기소, www.iros.go.kr)
등기부등본은 크게 ▲표제부 ▲갑구 ▲을구, 세 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표제부는 부동산에 대한 일반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갑구에서는 소유권에 대한 권리를 확인 할 수 있고, 을구에서는 소유권 외 권리를 확인할 수 있다.

다가구주택의 경우 전입세대 열람내역 및 확정일자 부여현황을 확인해야 한다.

④ 임대인의 세금 체납여부 확인
임대인이 미납한 세금이 있을 경우 보증금 전액 반환이 어려울 수 있어 체납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국세는 세무서 또는 홈택스, 지방세는 주민센터 또는 위택스에서 임대인의 미납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단, 임대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계약체결 이후에는 임대인 동의 없이도 미납국세 열람이 가능하다.

전세사기 안 당하려면... 계약 시, 필수 체크리스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① 임대인 신분 확인
등기부등본 상 임대인이 계약당사자인지 신분증을 확인한다. 대리인의 경우 위임장, 인감증명서를 확인한다. 보증금을 입금할 때에도 임대인 또는 대리인 명의의 계좌인지 확인 후 이체해야 한다.

② 공인중개사 정상 영업 여부 확인
미등록이거나 업무가 정지 중인 부동산에서 계약을 체결할 경우, 중개사고 발생 시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이에 국가공간정보포털(www.nsdi.go.kr)에서 공인중개사 등록 및 정상 영업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또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손해배상책임 관련 증서도 살펴봐야 한다.

③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 사용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를 사용할 경우 임대인의 미납 세금 여부, 확정일자 부여현황 등을 확인 할 수 있어 계약 관련 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 rtms.molit.go.kr)
전세사기 안 당하려면... 이사 후, 필수 체크리스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① 주택임대차 신고
부동산거래신고법 제6조의2에 따른 의무사항으로 계약 체결 후 30일 이내 계약내용을 신고해야 한다. 임대차 신고 시 확정일자가 자동부여되어 보증금 보호에 유리하다. 주민센터를 방문하거나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 (rtms.molit.go.kr)에서 온라인 신고 가능하다.


② 전입신고 및 확정일자
잔금을 치른 후 이사 당일 주민센터를 방문해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 이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확보하는 중요한 절차다.

③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전세계약에 앞서 보증금을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서울보증보험(SGI), 한국주택금융공사(HF)에 문의, 보증상품에 가입한다.
추후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때 보증기관에서 보증금을 대신 반환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세 집 중 한 집은 '나홀로 사는' 1인가구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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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