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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의 날→노동절, 왜?…공휴일 여부·해외 사례는[김준혁의 JOB생각]

김준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01 06:30

수정 2025.11.01 06:30

근로자의 날, 60여년만에 노동절로
1963년 법 제정(근로자의날·3월10일)
→1994년 법 개정(근로자의날·5월1일)
→2025년 법 개정(노동절·5월1일)
5·1 공휴일 추진…공무원 비롯 모든 노무제공자 대상 될지 관건
해외 법정공휴일 사례
美, 9월 첫 월요일 'Labor Day'
日, 11월 23일 '근로감사의 날'
中, 5월 1일 '노동절'
유럽, 5월 1일 '노동자의 날'
한국, 지정되면 내년 5월초 '황금연휴'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파이낸셜뉴스]내년부터 '근로자의 날'이란 공식 명칭이 '노동절'로 바뀝니다. 1963년 관련 법 제정 이후 약 62년 만에 이름을 바꾸는 근로자의 날은 어떤 역사를 거쳤고 왜 노동절로 바뀌는 걸까요? 관련 역사와 함께 이번 변화의 의미, 공휴일 지정 가능성, 해외 사례 등을 짚어보겠습니다.

■노동절→3월10일→근로자의 날→5월1일→노동절
근로자의 날의 시초부터 알아볼까요. 역대 국회를 통과한 관련 법안에 명시된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볼게요.

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메이데이', '노동절', '5월 1일', '3월 10일' 등 주체에 따라 명칭이나 날짜가 혼용됐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1945년 해방 이후 노동자단체들은 5월 1일을 '메이데이'로 10여년 간 기념해 왔지만, 1959년부터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메이데이 행사 중지하고 대한노총 설립일인 3월 10일을 별도 '노동절'로 지정할 것을 지시하는 등 노동계와 행정부 간 시각이 엇갈립니다.

※주로 노동절 또는 노동자의 날이라고도 불리는 '메이데이'는 1886년 5월 1일 미국 노동자들이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이어져 온 하루 12~16시간 등 열악한 장시간·저임금 근로조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30만여명이 집결해 대규모 시위를 벌이다 희생자·사상자가 발생(헤이마켓 사건)한 날로, 노동자의 단결·연대·투쟁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국제적으로도 상징적인 날로 통용되며, 현재 우리의 근로자의 날(내년부터 노동절)의 유래이기도 합니다.


다시 한국의 사례로 돌아와, 1963년 4월 근로자의 날이 법으로 제정되면서 3월 10일이 법정휴일로 지정됩니다. 근로자의 근로의욕을 높이고, 해당 일을 근로기준법상 유급휴일로 지정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그로부터 31년이 지난 1994년 법 개정에 따라 근로자의 날은 3월 10일에서 5월 1일로 날짜를 옮깁니다. 국제 표준에 맞게 날짜를 5월 1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그리고 2025년 10월, 여당을 중심으로 노동절로 명칭을 바꾸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60년 이상 이어져 온 근로자의 날 체제는 올해를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됩니다.

지난 10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제10차 본회의에서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0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제10차 본회의에서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 뉴시스
■왜 노동절로 바꿀까
무슨 이유에서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바꾸려 했을까요? 여당 중심으로 추진된 개정 법 내용을 요약하면 '일제강점기 시기부터 통제적인 용어로 인식·사용돼 온 '근로'란 표현을 보다 자주적·가치중립적 표현인 '노동'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근로'와 '노동' 용어 사용을 둘러싼 논쟁은 과거부터 꾸준히 있어 왔습니다. '근로기준법과 헌법상 '근로의 권리' 등을 근간으로 하는 '근로'의 사전적 의미는 '부지런히 일함'을, 노동관계법 및 헌법상 노동삼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에 기초한 '노동'은 '몸을 움직여 일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여당 주도로 추진된 이번 개정 법안은 "'근로자'라는 용어는 일제강점기부터 사용돼 온 용어로, 산업화 시대의 통제적이고 수동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노동의 자주성과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와 인식이 비슷한 노동계도 이번 결과를 반겼습니다. 한국노총은 "본래의 이름을 되찾았다"고, 민주노총은 "역사적 전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세종청사 인근 출근길 모습. 연합뉴스
세종청사 인근 출근길 모습. 연합뉴스
■내년부터 '빨간날' 가능성…공무원, 특고도 쉬는날?
이제 노동계와 국민의 관심사는 노동절의 공휴일 지정 여부일 듯 합니다. 현행 근로자의 날은 법정유급휴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휴식권을 보장받을 수 있고, 혹여나 일을 하더라도 휴일근무 때와 같이 추가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아직 법정공휴일이 아닙니다. 즉 달력상 '빨간 날'에 해당하진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에 국회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근로자의 날 명칭 변경뿐 아니라 5월 1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관련 법 개정안을 동시에 추진 중입니다. 공휴일에 관한 법률에 노동절을 추가해 노동절의 취지에 맞게 모든 근로자·노동자의 권익을 향상하겠다는 목표입니다.

법 개정 가능성도 커 보입니다. 이미 국회에 관련 법안들이 발의돼 있고, 정부도 추진·협의 의지를 밝혔기 때문입니다. 법이 통과되면 당장 내년 5월 1일부터 빨간 날을 적용받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특히 민주당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뿐 아니라 근로기준법 적용 여부가 모호한 공무원,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등 모든 노무제공자가 노동절을 공휴일로 누릴 수 있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이용우 의원 대표 발의안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뿐 아니라 공무원, 교원, 사업소득을 납부하는 노무제공자 등 모든 일하는 사람이 5월 1일에 공식적으로 쉴 수 있도록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평등한 휴식권을 목표로 제안한 정청래 의원 대표 발의안에 대한 행안위 검토보고서는 △공공부문 근로를 제공하는 공무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는 점 △민간 휴무에 따라 공공 업무에 대한 제약이 발생하는 점 등을 들어 입법 취지가 일부 타당하다고 해석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앞서 헌법재판소가 공무원 대상 근로자의 날 미적용이 공무원의 평등권·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점 △관공서 휴무에 따른 국민 불편 우려 등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여 놨습니다.

노동계도 노동절 공휴일 지정을 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이들의 휴식권 보장, 근로기준법 사각지대 해소를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 어떤 대안을 마련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2023년 5월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노동절 평화 시위가 열려 '빵, 평화, 사회주의'라고 쓰인 현수막을 든 시위대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2023년 5월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노동절 평화 시위가 열려 '빵, 평화, 사회주의'라고 쓰인 현수막을 든 시위대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美 '레이버 데이', 日 '근로감사날', 中 '노동절', 유럽 '노동자의 날'…대부분 공휴일
끝으로, 해외는 어떨까요. 많은 주요국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노동절 또는 노동자의 날을 공휴일로 두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노동시위가 많이 열리는 날이기도 합니다.

미국과 캐나다는 'Labor Day'라는 이름으로 매년 9월 첫 월요일을 연방 법정공휴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5월 1일이 아닌 9월초에 지정된 이유는 1886년 집회 중 사망자가 발생한 메이데이 헤이마켓 사건의 아픈 기억을 상기하지 않고, 일부 주에서 9월에 노동절을 기렸던 점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은 1948년 법 제정을 통해 매년 11월 23일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하고 해당일을 '근로감사의 날'이라고 지칭하고 있다고 합니다. 과거 농경사회의 곡물 수확을 축하하는 풍습에 기초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중국의 5월 1일 노동절은 3대 연휴 중 하나로 꼽힙니다. 춘절과 국경절에 이어 세 번째로 기간이 긴 공휴일로, 민족대이동이 일어나는 시기입니다.

많은 유럽 국가들은 5월 1일을 '노동자의 날'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이날엔 프랑스·스페인·독일 등 주요국에서도 임금·근로조건 등 노동권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가 활발하게 펼쳐지는 날이라고 합니다.

우리도 노동절이 법정공휴일로 지정되면 당장 내년 5월 '황금연휴'를 누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옵니다.
5월 4일(2026년 기준 월요일)에 연차를 쓰면 5월 1일(노동절·금요일)부터 5월 5일(어린이날·화요일)까지 5일짜리 연휴를 쓸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60여년 만의 노동절은 어떤 모습일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