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매수 몰려
시총 큰 기업 비중 높은 ETF 강세
반도체 등 일부 대형주가 상승 랠리를 이끄는 장세가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같은 지수를 추종하지만 동일가중 방식으로 담은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이 시가총액 가중 방식 ETF 대비 부진한 성과를 내고 있다.
시총 큰 기업 비중 높은 ETF 강세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200 지수는 9월 1일 이후 지난달 말일까지 34.72%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 지수에 속한 상장사를 시가총액 순이 아닌 동일한 비중으로 담는 코스피200 동일가중지수는 12.3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시총이 큰 기업 주가가 큰 폭으로 더 뛰었다는 뜻이다.
이 지수를 따르는 ETF 수익률 격차도 벌어졌다. 'KODEX 200'과 'TIGER 200'의 9월 이후 수익률은 34.59%, 34.51%다. 이들 상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약 25%, 16%씩 담는다. 반면 코스피200 지수 구성 종목을 같은 비중으로 투자하는 'KODEX 200동일가중'과 'TIGER 200동일가중'의 같은 기간 수익률은 11.43%, 11.66%에 그쳤다. 이 두 상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1% 미만씩 담는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주도주 쏠림 현상이 가속화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지난 9월 이후 코스피 지수가 3100에서 4100선까지 뛰어오르며 유가증권시장 시총도 9월 초 대비 800조원 불어났다. 이중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합산 시총 증가분은 57.1%에 달한다.
대형주 쏠림 현상은 빚투(빚내서 투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코스피 최고가 랠리가 재개된 9월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신용융자 잔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종목은 SK하이닉스로 2351억원이 늘었다. 지난달 이후 SK하이닉스 주가는 111.2% 올랐다. 삼성전자도 같은 기간 신용잔액 2026억원이 증가했다. 한화오션(2335억원)과 두산에너빌리티(973억원) 등 국내 주도 업종인 반도체·조선·원자력 대형주에 대한 빚투 규모도 늘었다.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러한 쏠림 현상이 완화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의 하락 종목 수 대비 상승 종목 수 비율(ADR)은 지난 7~8월까지 상승세였지만, 지난달 이후 지수 급등 상황에서 오히려 급락했다"며 "이는 시가총액 상위 대형 반도체 종목 위주로 지수가 급등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이어 "9월 이후와 같은 시장 상황이 더 지속될 수 있지만 그럴수록 특정 업종, 기업 만의 상승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지수 상승을 위해선 ADR 반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증시 투자심리가 꺼지지 않으면서 빚을 내서라도 주식에 베팅하려는 수요가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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