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보험

"보험 본질은 '리스크 관리'… 혁신기술 입혀 경쟁력 키워야" [fn 이사람]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02 19:00

수정 2025.11.02 19:00

이택기 에이온 라이프 솔루션즈 아시아태평양 대표
한국 기업 대부분 패스트 팔로어
규제 탓에 비슷한 상품들만 내놔
중요한건 기업 리스크 평가 능력
AI 등 기술투자로 혁신 앞장서야
이택기 에이온 라이프 솔루션즈 아시아태평양 대표 사진=홍창기 기자
이택기 에이온 라이프 솔루션즈 아시아태평양 대표 사진=홍창기 기자

"보험사는 단순히 보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다. 장기간 안정적인 자금을 기업과 사회에 공급하는 핵심 산업이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보험사의 이런 역할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택기 에이온(AON) 라이프 솔루션즈 아시아태평양 대표(사진)는 2일 생명보험산업의 본질을 장기자본(Patient Capital)을 공급하는 사회기반산업으로 정의했다.

그가 이끌고 있는 에이온 라이프 솔루션즈는 아시아 전역의 생명보험사를 대상으로 리스크 관리 컨설팅과 시스템 솔루션을 제공한다.

점점 더 복잡해지는 글로벌 규제 환경에서 다양한 상품과 위험을 관리한다.

이 대표는 "리스크 관리 자문에서 시스템 구축, 운영 지원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국·일본·대만은 제조업 중심의 국가들이라 금융산업이 크게 발전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홍콩과 싱가포르는 대표 산업이 금융이라는 것이 그의 견해다. 이 대표는 "규제의 방향부터 다르다"면서 "한국은 민원 방지 중심이라면 홍콩은 투자자와 금융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다"고 짚었다.

이 대표는 한국 보험사들을 '패스트 팔로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빠르게 배우고 빠르게 따라잡는다. 하지만 상품의 본질적 리스크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유행을 좇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 회사가 보험상품을 출시하면 다른 회사들이 비슷한 상품을 내놓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한국의 보험산업은 유인책보다 규제에 치우친 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각 보험사들도 규제에만 신경 쓸 뿐, 다양한 전략을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한국 보험산업의 문화가 파이어니어(개척자)적인 생각보다 패스트 팔로어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성공에 대한 보상보다 실패에 두려움이 더 큰 것 같은데 이는 보험사들도 마찬가지"라고 짚었다.

이 대표는 "보험업의 본질은 리스크를 사고 파는 것"이라면서 "결국 리스크를 얼마나 정확히 평가하느냐가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치 않는 리스크는 시장에 넘기고 우리가 잘 관리할 수 있는 리스크는 유지하는 구조를 만드는 보험사가 위너"라고 덧붙였다.

그는 "리스크 관리를 고도화하려면 기술투자가 필수"라면서 "인공지능(AI)과 그래픽처리장치(GPU)의 활용이 앞으로 보험산업 혁신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 보험산업은 리스크 관리의 본질을 이해하고,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혁신이 어려운 101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비교·감독에 중점을 둔 규제와 회계원칙을 중요시하는 관행이 걸림돌일 수도 있다"며 "하지만 보험산업의 미래는 규제 준수에 머물지 않고, 본질적 리스크 관리와 혁신적 상품 개발을 통해 고객에게 신뢰와 혜택을 돌려주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한국 보험업계가 본질로 돌아가야 할 때"라고 힘줘 말했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