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아니오’식 답변 추궁에 재판장 제지...尹 “탄핵심판 생각나서”
[파이낸셜뉴스]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혐의 재판에 두 차례 연속 출석해 핵심 증인인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과 법정에서 마주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계엄 당시 “의원을 끄집어내라”는 지시가 실제로 내려졌는지를 두고 곽 전 사령관을 집중 추궁했다. ‘예, 아니오’ 식 답변을 요구하는 질의 방식에 재판장이 제지에 나서자, 윤 전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의 ‘엉뚱한 답변’ 방식 때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3일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의 27차 공판을 열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곽 전 사령관이 예하 지휘관인 이상현 전 제1공수여단장에게 ‘의원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전달한 시점을 문제 삼았다.
변호인단은 곽 전 사령관이 이 전 여단장과 통화해 지시를 내리기 전 이미 이 전 여단장이 하급자에게 지시를 내렸다면서 “증인의 지시 없이 의원을 끄집어내라고 지시를 했다는 것이냐”고 질문했다. 곽 전 사령관이 “그건 제가 수방사령관과 협조해서 들어가라고 했기 때문에, 그 연장선에서 담을 넘으려던 것”고 답하자, 변호인단은 “그건 증인의 추측”이라고 지적했다.
또 변호인단이 곽 전 사령관이 계엄 사흘 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요원’과 ‘국회의원’을 혼동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곽 전 사령관은 “국회의원들을 밖으로 끌어내라는 말이 맞는다”고 명확히 답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방송 출연 자체도 문제 삼으며 “김병주 의원과 개인적 친분 때문에 출연한 것 아니냐”고 묻는 말에 곽 전 사령관은 “국방위원회 위원 자격으로 하는 것이라 들었다”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은 곽 전 사령관에게 ‘예’나 ‘아니오’로만 답하라는 식의 질문을 이어갔다.
재판장은 오전 재판을 마무리하면서 “사람마다 언어 습관이 다른 것을 이해해줘야지 왜 ‘예스, 노’라고 못하냐고 하면 오히려 증인이 방어적으로 할 수도 있을 거 같다”며 “이해해주시면 오히려 더 빨리 진행될 수 있을 거 같다”고 변호인단에 말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탄핵심판 때도 (곽 전 사령관이) 소추인 측에서 질문하면 하도 답변이 길고 엉뚱한 얘기를 많이해서 제한시간 안에 물어보지 못했다”며 “답변을 원래 저런 식으로 하기 때문에 변호인들이 탄핵심판이 생각나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재판 시작 전 “변호인 접견을 할 시간이 없다”며 특검 측의 입증 계획서 등 관련 서류를 변호인에게 직접 전달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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