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야권에서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을 위법적으로 수립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책이 지난 10월 15일 발표된 만큼, 주택법에 따라 7~9월 집값 상승률을 적용해야 하지만 6~8월 집값 상승률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해당 통계를 반영할 경우 서울 도봉·은평 등 5곳과 경기 성남시 중원구, 수원시 팔달구 5곳 등은 규제지역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인 김은혜 의원이 3일 국토교통부를 통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10·15 대책 규제지역 지정 근거로 6~8월 통계를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주택법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할 때는 최근 3개월간 집값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1.5배 이상이 돼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10월 15일 대책을 발표했지만 조사 시점을 6~8월로 잡았다. 당시 서울 물가상승률은 0.21%, 경기 물가상승률은 0.25%로 설정했다. 서울 0.21%의 1.5배인 0.315%, 경기 0.25%의 1.5배인 0.375%보다 6~8월 집값 상승률 1.5배 높아 규제 지역 요건을 만족했다는 설명이다.
9월 통계를 반영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서울 물가 상승률은 0.54%, 경기 물가상승률은 0.62%로 상승한다. 따라서 서울과 경기의 집값 상승률은 각각 물가상승률의 1.5배인 0.81%, 0.93% 이상이 돼야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가능하다는 것이 김 의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서울 도봉·은평·중랑·강북·금천구와 경기 성남 수정·중원구, 수원 팔달·장안구 등 5개 지역은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지적에 9월 통계가 확정되지 않아 6~8월 통계를 사용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국토부는 "주택법에 규제지역의 지정기준 충족 여부를 판단할 때까지 해당 기간에 대한 통계가 없는 경우, 가장 가까운 월 또는 연도에 대한 통계를 활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실은 "한국부동산원 전국주택가격동향 관련 9월 통계는 10월초 조사가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10·15 대책 핵심 사항을 결정할 주거정책심의위원회가 13일 열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간적 여유가 충분한 셈"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공식 통계발표 시점이 대책 발표 날과 같아 사용할 수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김 의원실은 "통계법에 따라 '경제위기 또는 시장불안 등으로 관계 기관의 대응이 시급한 경우'에 한해 통계 사전 제공 또한 가능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국민에게 불리한 처분을 내릴 때는 법에 규정된 절차를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며 "특히 규제지역 지정은 국민의 재산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가능한 한 최신 통계를 반영하는 것이 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정부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시점에 있던 9월 통계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면 이는 10·15 대책의 파급 효과를 키우기 위한 통계 조작으로 의심 받을 수밖에 없다"며 "법적 정당성과 국민 신뢰를 잃은 위법한 10·15 대책은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haeram@fnnews.com 이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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