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거래 당일 B씨는 업무적으로 갑자기 일이 생겼다며 본인 동생을 내보내겠다고 했고, 교환만 제대로 이뤄지면 된다고 생각한 A씨는 이에 동의했다. 거래 성사 10분 전 A씨 계좌엔 약정한 거래대금이 입금됐다.
하지만 B씨는 자금세탁책, ‘동생’은 현금수거책이었고 A씨 계좌로 들어온 돈은 보이스피싱 피해금이었다. 어쩐지 B씨는 시세보다 높은 환율로 구매하겠다고 했고, 협상 과정을 딱히 두지 않고 신속한 거래에만 초점을 맞췄다. A씨는 피해를 당하고서야 이 점을 인지하게 됐다. 자신이 받은 대금이 보이스피싱에 따른 피해금일 줄을 전혀 예상하지 못 했다.
금감원은 이 건을 비롯한 유사 사건에 대해 소비자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한 상태다.
이처럼 외화 교환을 자금세탁 수단으로 삼는 범죄의 또 다른 특징은 외화 수령과 매매대금 입금을 동시에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입금 또는 지연입금 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는 외화 거래 전 혹은 후로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판매자 계좌를 검찰·금융사 직원 등의 것으로 속여 이체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예약금을 보내겠다는 명목 등으로 외화 판매자로부터 계좌번호를 미리 확보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자금세탁책이 외화를 수취하는 정확한 시점에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돈을 보내도록 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대체로 거래 전이나 그 뒤로 입금을 완료하는 방식을 취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OO페이 같은 안심결제 서비스 사용을 제의할 경우 대개 거래를 거절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가족이나 지인이 대신 거래 현장에 나갈 것이라고 할 때도 범죄를 의심해봐야 한다. 현금수거책을 활용하는 전형적인 수법이어서다. 자금세탁책 본인이 직접 모습을 보이지 않고, 또 다시 소위 ‘외주’를 주기 때문에 이 같은 방식을 쓰는 것이다.
A씨처럼 공모를 의도하지 않고 입금받은 대금이 피해금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 했더라도 이미 해당 자금이 계좌로 들어온 시점에는 마땅히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외화판매자 계좌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사기이용계좌로 지정되게 된다. 그러면 △계좌 지급정지 △전자금융거래 제한 △거래대금의 피해자 반환 △3년 내외 금융거래 제한 등의 조치가 취해지므로 사실상 금융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된다.
이에 금감원은 환전하려는 경우 외국환은행이나 정식 등록된 환전업자를 통하라고 조언했다. 시세보다 높은 가격 등을 지불하겠다며 빠른 거래를 유도하는 등 조급함을 유발하면 경계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거래상대방의 신뢰도 지수, 구매자평, 거래내역 등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거래 상대방과 대면 후 본인이 보는 앞에서 직접 이체하도록 요구하는 게 좋다. 현장에 나타난 이와 입금자 명의가 일치하지 않으면 보이스피싱 일당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들이 피해자 개인정보를 탈취해 피해금을 직접 이체하는 경우도 있긴 하므로 신분증 등 신원 확인자료 위조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전화 한통에 금전뿐 아니라 삶까지 빼앗기는 이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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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