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35년까지 53~61% 감축하기로
산업계 요구 48%와 격차 커.."비현실적"
[파이낸셜뉴스]
산업계 요구 48%와 격차 커.."비현실적"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가 상향 조정되면서 상당한 충격을 받은 산업계는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기로 결정하면서, 그동안 하한선 48%를 주장해온 산업계에선 5%p나 부담이 커진 것에 대해 비현실적이라고 성토를 쏟아내고 있다.
온실가스를 줄일 기술과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높은 목표치만 잡아놓은 이같은 조치는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란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이번 온실가스 배출량 설정은 전력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철강 업계를 비롯해 철강 재료를 사용하는 자동차 업계로 부작용이 도미노 처럼 확산될 수 있어 이에 따른 경제적 부담만 연간 10조~20조원 안팎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타격 우려 철강업계 "자력 대응 불가"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53%로 줄일 경우, 국내 철강업계(약 8조원)·반도체업계(약 2조원)·자동차업계(약 1조원)는 연간 11조원 정도의 경제적 부담이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대략적은 추산치이지만, 최소 53%의 온실가스 감축을 밀어붙일 경우 상당한 규모의 손실은 불가피하다는게 산업계 중론이다.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철강업계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획기적인 저감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자력 대응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탄소배출 감축 방안으로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제시하고 있지만 해당 기술은 오는 2037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인 만큼 정부의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맞추기엔 수출 감소나 고용 위축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특히 철강업은 철강 1t을 생산할 때 약 2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대표적인 고탄소 산업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배출권 단가가 1만원일 경우 철강업계의 온실가스 배출권 구매 비용은 약 5142억원에 달한다. NDC 상향에 따라 향후 배출권 가격이 상승하면 기업 부담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전력 생산 부문에서도 온실가스 감축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발전 부문에서 지난 2018년 대비 최소 68.8%, 최대 76% 이상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5년 약 2억8300만t의 탄소를 배출한 발전 업계는 2035년까지 이를 8830만t(53% 감축 기준)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이를 모두 원자력으로 대체하려면 수십 기의 신규 원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가데이터처 자료에 따르면, 한전 및 자회사의 복합화력 발전설비는 지난 2018년 1519만5357㎾에서 지난해 1613만3787㎾로 6.2% 증가했다. 기존 2030년 감축 목표였던 45.9% 달성도 어려운 상황에서 감축 목표를 더 끌어올리는 것은 산업계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반도체·車도 충격 "목표 현실화해야"
해외와 달리 국내 반도체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사업 비중은 30% 안팎이란 점에서 전력 사용이 많은 반도체 업계는 당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 활성화, 국내 재생 에너지 저변 확대 등이 병행되는 등 보다 현실적인 목표치가 제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도 "당초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제시한 수준보다도 훨씬 강화된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어,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면서 "기준치가 강화된 만큼,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원 방안도 확보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년 정부 예산안으로 친환경차 보조금 지급 규모는 30만대가 예상되지만, 이번 NDC 방침은 연 평균 70만대의 친환경차를 팔아야 한다는 점에서 자동차업계에서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2035년 신차의 70% 전기·수소차 보급' 목표는 차치해도 '2030년 전기차 450만대 목표'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올해 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가 80만~90만대 정도로, 남은 5년간 360만대 정도를 보급하는게 현 시장 상황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관계자는 "올해 신차로 등록된 전기차가 20만대 정도인데, 이걸 당장 내년부터 세 배 이상 늘려야 한다는 얘기"라면서 "건의했던 내용이 거의 반영되지 않은 결과이고, 이는 단순히 자동차 뿐 아니라 부품 등 생태계 전반에 주는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이동혁 조은효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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