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자본주의로 사라져가는 해녀 공동체, 5명 작가가 2주간 현장 체험 통해 작품화
[파이낸셜뉴스] 바다와 함께 수백 년을 살아온 제주 해녀 문화가 급속히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예술적으로 재조명한 전시가 주목받고 있다.
스페큘러티브 디자인 서울(SDS)이 기획한 '제주 해녀: 사라져 가는 세계'는 기후 위기와 자본주의 논리 속에서 변화하는 해녀 문화의 현실을 비판적 시각으로 담아냈다. 이 전시는 오는 14~16일 서울 용산구 29맨션에서 개최한 후 오는 28일부터 한달간 제주로 순회 전시될 예정이다.
전시의 출발점은 올여름 5명의 작가가 제주에서 보낸 2주간의 현장 체험이다. 작가들은 해녀들과 함께 식사하고 불턱에서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도구와 규율, 몸에 새겨진 시간의 흔적을 세밀하게 관찰했다.
참여 작가들은 각자 다른 관점에서 해녀 문화를 재해석했다. 셀린박 작가는 해녀 공동체 내부의 위계구조와 침묵의 메커니즘을, 김이화 작가는 기후변화로 인해 이동하며 생존하는 '노마드 해녀'의 현실을 조명했다. 문수혁 작가는 전통문화가 관광 상품으로 소비되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다뤘고, 손지민 작가는 해녀의 노동을 여성성과 돌봄의 관점에서 재조명했다. 최미진 작가는 구술로 전해지는 해녀들의 지식 전승 방식을 탐구했다.
2020년 디자이너 셀린박을 중심으로 설립된 SDS는 사회 문제를 예술과 디자인으로 접근해 '선호하는 미래'를 모색하는 단체다.
SDS 관계자는 "해녀 문화가 단순히 관광 콘텐츠로 소비되는 현실을 넘어, 그들의 생태적 지혜와 공동체 문화가 현재에 던지는 메시지를 탐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해녀를 관광의 대상이 아닌 생태적 지혜의 전수자로 바라보며, 기후 위기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린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한편 제주 해녀 문화는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지만, 고령화와 기후변화로 인한 어업 환경 악화로 해녀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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