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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거주 특약'에 이중가격 등장… 강남 전세시장 요지경

전민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11 18:16

수정 2025.11.11 18:15

주택법-임대차보호법 충돌탓
집주인 잔금 마련위해 기간 조정
잠실진주 84㎡ 3년 계약 13억대
조합원 매물은 4년 보장에 15억
사실상'기간할인'기현상 나타나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를 3년 동안 유예하는 주택법으로 인해 서울 강남 전세시장에 '3년 임대'가 등장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강남 중개업소의 전세매물 안내판 뉴시스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를 3년 동안 유예하는 주택법으로 인해 서울 강남 전세시장에 '3년 임대'가 등장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강남 중개업소의 전세매물 안내판 뉴시스
주택법과 임대차법이 충돌하면서 서울 강남 전세시장에 계약기간을 3년으로 제시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거주 의무를 3년 유예하는 주택법 때문으로 임차인들이 임대차법의 '4년 거주'를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3년 사실 분 찾아요" 입주전 '신풍경'

11일 업계에 따르면 연말 입주를 앞둔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래미안아이파크(잠실진주 재건축) 소유주들이 잔금 마련 등을 위해 세입자를 적극 구하고 있다. 전세 매물정보를 살펴보면 일부 매물에는 '3년 거주' '3년 계약 가능' 등의 조건이 붙어 있다.

이들 매물은 일반 분양자들이 받은 집이다.

앞서 지난해 2월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의무를 3년 동안 유예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집주인과 세입자가 거주기간을 애초에 3년으로 합의하거나 2년 계약 후 1년만 연장한다는 특약을 설정하는 '신풍경'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조합원 매물은 기존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 적용돼 최대 4년(2년+2년) 거주를 보장받는다. 이런 탓에 일반 분양자의 매물은 조합원 매물보다 가격도 1억~2억원씩 낮다. '조합원 물량'이라며 올라와 있는 전용면적 84㎡ 매물은 14억5000만~15억원의 호가를 형성하고 있는 반면 '3년 거주' 매물은 13억원에 '급매'로 올라와 있다. 전용면적 59㎡는 11억~12억원대의 매물이 대부분이지만, 3년 거주 매물은 10억원에도 찾을 수 있다. 사실상 '이중가격' 현상이 나타나는 양상이다.

■"누더기 법에 시장 혼란"

'1년' 혹은 '1년1개월 거주' 등의 조건을 붙인 매물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서울 전역과 경기 지역 일부로 확대되면서 기존 보유주택을 팔지 못하게 된 이들이 해당 주택의 세입자 거주기간을 고려해 신축에 단기로 거주할 세입자를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0·15 부동산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세를 낀 주택을 매도할 수 없게 되자 매매계획이 틀어진 이들이 많아진 영향이다.

잠실래미안아이파크는 총 2678가구 중 589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내년 1월 입주를 앞둔 잠실르엘(잠실미성크로바 재건축)도 1865가구 중 216가구가 일반분양으로,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실거주 유예기간을 4년이 아닌 3년으로 정하면서 그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단기거주를 합의하기 위해서는 이사비용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기간 할인제' 개념이 적용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실거주 의무 3년 유예안이 통과되면서 당시 1만2000여가구의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과 3300여가구의 서초구 메이플자이 등 대단지들이 수혜를 받았다.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려는 수분양자들의 숨통을 터준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도 유예가 끝나는 3년 뒤 임대차법과 충돌 가능성이 지적되면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한 전문가는 "지난 정부가 2022년 실거주 의무 폐지를 추진했다가 국회에서 '3년 유예'라는 결론이 나왔던 것인데 대단지 입주를 앞두고 다소 급하게 결론을 낸 감이 있다"며 "누더기 법으로 인해 시장 혼란이 여전한 만큼 추후에는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