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fn광장

[fn광장] AI 반도체 산업 지속적 성장하려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11 18:24

수정 2025.11.11 18:45

정부, 전력·용수 인프라 신속 구축
팹·데이터센터 조기운영 지원해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는
AI·데이터센터 활용 산업전환을
소재·부품·장비 생태계 강화 절실
'세계적 슈퍼乙 소부장' 육성해야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
제1차 반도체 산업의 성장파도는 1990년대 컴퓨터 발명, 2차 반도체 산업의 성장파도는 2008년 스마트폰과 인터넷산업이었다. 2022년에는 챗GPT 등장으로 제3차 반도체 산업 성장파도가 본격화되었다. 인공지능(AI)은 데이터 연산, 이미지·영상 제작 등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2040년경 인간 수준의 범용 인공지능(AGI)이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AI 산업은 세 축으로 구성된다. GPT·제미나이 등 AI 소프트웨어, 이를 학습·저장하는 AI 데이터센터, 학습 재료가 되는 AI 데이터다.

세 요소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산업이 성장한다.

그중 AI 데이터센터는 핵심 인프라로, 고성능 가속기를 다수 탑재할수록 성능이 향상된다.

AI 가속기는 그래픽처리장치(GPU)·중앙처리장치(CPU)·고대역폭메모리(HBM)로 구성되며 엔비디아 H800(호퍼), B200(블랙웰), AMD MI350 등이 대표적이다. HBM이 없으면 AI 가속기나 데이터센터를 만들 수 없기에 산업 전반의 핵심 부품이라 할 수 있다. 즉 엔비디아가 '슈퍼갑'이라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슈퍼을'이다.

시장조사업체 욜에 따르면 HBM 매출은 2025년 340억달러에서 2030년 980억달러로, 웨이퍼 수요는 월 35만장에서 59만장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전체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며 세계를 선도한다.

우리나라의 기술력은 D램 생산력과 공정기술 축적 덕분이다.

HBM은 단위시간당 데이터 처리 속도인 대역폭이 성능을 결정하며, 두 기업은 DRAM 미세화와 적층공정 개선, I/O 채널 확장으로 GPU 연산 향상에 맞춰 성능을 끌어올렸다. HBM은 AI 산업의 처리속도와 에너지 효율을 좌우하는 '산업의 혈류'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전력, 용수, 폐수처리 등 반도체 제조 인프라 구축이다. SK하이닉스는 청주 공장 확장과 함께 용인 원삼면에 HBM 전용 팹을 2027년 2·4분기 가동 목표로 건설 중이며, 복층 4개 팹도 예정돼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 P4·P5 확장과 용인 남사면 신규 5개 팹 건설을 계획 중이다. 하이닉스 원삼 팹은 전력 약 2.83GW, 용수 57만t/일, 삼성 남사 팹은 약 9.2GW, 76만t/일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전력·용수·배전망 확충과 인허가 절차 간소화로 안정적 인프라를 지원해야 한다. 국내 구축 예정인 AI 데이터센터도 마찬가지다.

GPU 5만장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는 약 1GW 전력을 소모하며, 젠슨 황이 언급한 26만장 사용에는 5GW 이상 필요하다. 정부는 신속한 전력·용수 인프라 구축과 법·제도 개선으로 팹과 데이터센터 조기 운영을 지원해야 한다.

이어서, 우리 반도체 기업들은 이제 AI와 데이터센터를 적극 활용하는 산업 전환이 필요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GPU 기반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연구개발(R&D)과 생산공정에 도입해야 한다. AI는 방대한 공정 데이터를 학습해 최적 공정조건을 도출하고 결함을 예측, 수율을 높이는 강력한 도구다. GPU 26만장 공급 중 각 5만장을 확보한 두 기업은 이를 계기로 AI 기반 반도체 R&D 체계로 전환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반도체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선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태계의 강화가 절실하다.

HBM 리더십 뒤에는 한미반도체, 세메스 같은 본딩장비 '슈퍼을'이 있었다. 그러나 국내 소부장 생태계는 여전히 취약하다.

국내 소부장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5%, 장비 국산화율 20%, 소재 30% 수준에 머문다. 기술 수준도 중·하위권이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제조 원가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하다.
정부는 소부장 테스트베드 구축, 연매출 1조원 이상 소부장 기업 20개 육성, 고급 인재 양성 등을 추진해야 한다. 독자 기술력과 수출 경쟁력을 갖춘 강소형 소부장 기업을 체계적으로 키워야 '세계적 슈퍼을' 육성이 현실화될 것이다.


신속한 인프라 구축, AI의 산업적 활용 전환, 슈퍼을 소부장 육성. 이 세 축이 맞물릴 때 대한민국은 AI 반도체 시대의 확실한 리더로 설 수 있을 것이다.

■약력 △66세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 재료공학박사 △국가지식재산위원회 1, 2기 위원 △산업통상자원부 전략물자기술자문단 위원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 △용인특례시 반도체산업경쟁력위원회 공동위원장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