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주택총조사가 국가적 음모일까]
"건강·직장·방갯수 왜 묻나?" 이미 과거에도 있던 질문
'장기적출' 의혹 나온 건강 항목은 '미국모델' 가져온 것
최소 3년 전부터 항목 검토·발굴 후 대국민 의견 수렴
"건강·직장·방갯수 왜 묻나?" 이미 과거에도 있던 질문
'장기적출' 의혹 나온 건강 항목은 '미국모델' 가져온 것
최소 3년 전부터 항목 검토·발굴 후 대국민 의견 수렴
[파이낸셜뉴스] "이 정도면 사생활 침해 수준의 질문들 아닌가. 작성하면서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하면서 욕이 계속 나왔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달 22일부터 인구주택총조사(인구센서스)를 시작하면서 온라인에 올라온 다수의 의견들 중 하나다.
5년마다 조사를 할 때면 매번 불거지던 사생활 침해 논란이었다. 2020년엔 국민의힘 의원들을 중심으로 “개인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질문이 많아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2015년 11월엔 아예 한 시민이 데이터처의 전신인 통계청을 상대로 "인구센서스는 개인의 사생활 비밀과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러다 보니 인구센서스는 할 때마다 조사에 어려움이 많았다. 올해는 어려움이 하나 더 추가됐다. 질문의 내용과 '장기적출', '납치', '중국에 개인정보 유출' 등을 연결한 음모론이었다. 지난 9월 29일부터 내년 6월까지 중국인에 대한 무비자 관광이 허용된 것과 맞물려 확산된 반중 정서는 이 같은 음모론에 힘을 실었다.
왜 이런 걸 묻지
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인구센서스 조사항목수는 직전 조사와 동일한 총 55개다. 2015년엔 52개, 2010년은 50개였다.
최근 스레드,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55개 항목 중 특정 질문을 주목했다. 중국과 중국의 무비자 입국을 연결하기 위한 이유를 찾기 위해서였다.
SNS에 확산된 영상에서도 몇 개의 질문을 꼽고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14번 항목에 주목했다. 해당 영상은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가장 많은 지적을 받는 항목이었다.
질문은 '신체적 또는 정신적 건강상의 문제로 다음의 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까'라고 묻는다. 이후 세부 항목으로 들어간다.
'14-1. (안경을 써도) 보는 게 어려움', '14-2. (보청기를 사용해도) 듣는데 어려움' 등 7개 세부 질문에 '없음/약간 있음/많이 있음/전혀 할 수 없음' 등 4개 보기 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
영상은 문항을 소개한 뒤 '신체 건강하냐?'라는 질문을 던진다.
영상 제작자가 던진 질문의 이유는 또 다른 플랫폼에 올라온 영상에서 찾을 수 있다. 동일한 14번 문항을 거론한 뒤 "인구 조사에 응하지 말아라. 장기적출 대상자를 찾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직장과 학교를 묻는 항목, 그곳에서 응답자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묻는 등의 항목은 "갑자기 사라져도 별로 티가 나지 않을 사람을 확인하기 위함"이라며 질문의 의도를 해석한다.
'이 가구에 방, 거실은 각각 몇 개인가'를 묻는 34번 항목 역시 "응답자의 경제력을 확인하려는 질문"이라고 봤다.
보수 온라인 커뮤니티엔 '혼자 산다면 필독'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해당 질문들을 이렇게 정리했다.
글 작성자인 A씨는 "요즘은 인구주택총조사라며 집집마다 들쑤시고 다닌다. 가장 먼저 이사를 언제 왔고 혼자 사는지 보는데 '혼자 살지 않는다'고 하면 조사원은 조사를 종료한다"면서 "혼자 살고 가족은 타지에 있다고 하면 조사는 계속되고 혈액형, 건강상태, 과거 수술여부 등 별별 질문을 다 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새벽마다 혼자 사는 집에 문 열고 들어가서 신선한 장기와 피를 채취한다. 안 좋은 느낌이 온다. 단순한 나의 망상이기를 바란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마무리한다.
해당 영상이나 글들을 음모론으로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네티즌들도 반응하기 때문이다.
스레드 영상에 한 네티즌이 "모바일로 (조사에 답)했는데 집으로 (조사원이) 2번이나 찾아왔다. 다른 가족들은 안 찾아왔는데 나만 계속 찾아왔다"고 댓글을 달자 또 다른 네티즌이 "적출 조심해라. 조사에 건강이 있는 게 이상하다"고 응수했다.
A씨 글에도 네티즌들은 "인구조사 진짜 노골적이다"거나 "사실이라면 한국도 중국처럼 되는 거다. 중국은 인권 의식이 없어서 하층민들은 대부분 이렇게 다룰 거 같다"는 댓글이 달렸다.
그 문제, 진짜 문제 있나
인구주택총조사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 인구총조사와 주택총조사를 진행한다.
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인구, 가구, 주택의 총수는 물론 구조, 분포와 개별 특성까지 파악하는 게 목표다. 조사 결과는 국가정책의 수립 및 평가나 학술 연구, 민간 부문의 경영에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항목들 대부분은 과거에도 있었던 것들이다. 출생지는 1930년, 교육정도는 1940년부터 물었다. 종교 역시 1985년부터 질문 항목에 들어갔다.
'장기적출'과 연결하는 14번 항목의 경우 '활동제약'이라는 이름으로 1955년부터 묻기 시작했다. 활동제약자를 위한 복지 정책에 활용하기 위해 신체적 또는 정신적 건강상의 문제로 일상 활동이 어려운 인구의 규모 및 분포, 이들의 사회·경제적 특성을 파악하는 조사다.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2020년부터 항목을 세분화해 촘촘하게 물었다는 점이다. 이는 2017년부터 UN 산하 워싱턴장애통계그룹(WG)의 '활동제약 권고 기준'을 반영한 데 따른 것이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국제 비교를 위해 조사도 국제 기준을 따르기로 했다. 다만 워싱턴그룹의 질문은 표현이 좀 더 세밀해 우리는 간소화해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장애통계그룹은 인구 조사 및 국가 조사에 적합한 장애 측정 방법 개발에 중점을 두고 건강 통계 분야에서 국제 협력을 촉진하고 조정하는 기관이다. 주요 목적은 전 세계적으로 비교 가능한 장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올해 중국의 무비자 입국으로 불거진 '납치' 및 '장기적출' 의혹과는 상관없다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경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방의 수를 물어본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했다. 이 질문은 1970년부터 포함됐다.
가구원 수, 가구원 구성별로 잠을 자는 방과 다른 용도로 쓰는 방의 수를 파악해 주거의 질적 수준을 측정하고 최저 주거기준 미달 가구를 파악하는 기초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다만 새롭게 추가된 항목이 있다. 1인 가구 여부를 묻는 32번 항목이다. 데이터처에 따르면 2020년부터 추가됐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선 '장기 적출' 등 범죄가 용이한 1인 가구를 파악하는 항목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최근 증가하고 있는 1인 가구 현황을 파악해 관련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질문이라는 게 데이터처의 얘기다. 2024년 기준 1인 가구는 804만 가구로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36.1%를 차지한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조사 항목은 데이터처가 임의로 만드는 게 아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의견을 수렴하고 조사를 통해 항목을 구성한다"고 전했다.
실제 데이터처는 학술연구를 통해 전주기 항목 검토와 신규 항목을 발굴한다. 올해 조사를 위한 항목 발굴은 2021년 시작했다.
이후 정부부처, 연구기관과 국민 의견을 수렴해 수요를 파악한다. 다음은 항목 평가 테스트다. 조사를 진행할 때마다 국민 불만이 컸던 만큼 항목 민감도와 이해도를 확인하는 데 공을 들인다. 비혼 동거 등 민감하거나 새롭게 추가되는 항목에 대해선 네 차례에 걸쳐 대국민 의견도 수렴한다.
이렇게 결정된 항목들은 조사 1년 전 국가통계위원회에 보고하고 조사를 진행하는 해에 최종 확정한다.
조사에 답변한 내용도 법에 따라 암호화해 철저히 관리한다. 통계법 제33조는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사항은 비밀로 보호하고 통계 작성 목적 외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이를 어기면 통계법 제39조에 따라 처벌 받을 수 있다.
레거시 미디어부터 유튜브·SNS까지,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은 다양해졌습니다.
덩달아 가짜뉴스와 허위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입니다. [팩트, 첵첵첵]은 뼛속까지 팩티즘을 추구합니다. 논란이 된 뉴스나 소문의 진위를 취재하고, 팩트를 확인합니다. '팩트, 첵첵첵]을 편하게 받아보시려면 기자페이지를 구독해주세요.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