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료인이 병원 좌지우지
강남·명동서 다이어트 병원 운영
유명 병원 처방 체계 모방, 환자 부작용도
강남·명동서 다이어트 병원 운영
유명 병원 처방 체계 모방, 환자 부작용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14일 다이어트 약 처방 전문 사무장병원 3곳을 운영하며 제약사·약사로부터 21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 일당 14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4명은 의료법·약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제약사 도매상과 약사 등 7명도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특정 제약 도매상과 약국과의 독점 구조를 만들고, 병원 처방, 약국 조제, 제약 도매상 납품으로 이어지는 고정 루트를 구축해 처방전 제공 대가 리베이트를 조직적으로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 결과 병원 3곳은 병원과 약국이 연속 층에 붙어 있는 구조로 운영되며, 약국들은 일반 의약품은 전혀 취급하지 않고 병원에서 처방한 다이어트약만 단독 조제했다.
해당 구조를 처음 설계한 것은 다이어트 약 처방 전문병원 운영 경험이 있는 의사 A씨(40대)였다. A씨는 "수익은 마케팅과 약 조제 구조가 좌우된다"며 마케팅 업자들에게 병원 개설을 제안했고, 비의료인들과 함께 사무장병원을 세워 놓은 뒤 자신은 단순 투자자인 것처럼 위장해 운영에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 개설자금과 운영자금은 '투자약정서' 형태의 차용금으로 꾸며져 고용 의사 계좌로 송금된 뒤 변제금 명목으로 되돌아가는 방식으로 자금 흐름이 은폐됐다. 경찰은 이들이 취득한 범죄수익 약 16억3000만원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을 신청했다.
병원 내부에서는 비급여 항목인 다이어트 약만 일괄 처방해 건강보험공단의 행정조사를 원천적으로 피했다. 유명 다이어트 병원 처방 체계를 모방해 '단계별 처방'과 '유지약'을 사전에 정해 놓고 시행했으며, 일부 의사는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를 기준치 내 최대량으로 처방했다. 이 때문에 고혈압·심장질환 등 부작용을 호소한 환자가 발생한 사례도 확인됐다.
경찰은 보건복지부의 수사의뢰를 받아 지난 6월 말 강남, 명동, 구로구에 위치한 병원·약국·사무실 등지를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현장 금고에서는 주 단위로 모아둔 현금 수익 봉투가 발견됐으며, 병원·약국 정산 내역과 계약서·진료기록부 등을 통해 리베이트 흐름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리베이트 범죄를 엄정 단속하고, 범죄수익 환수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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