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성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
[파이낸셜뉴스] “과거에는 IT 산업이 제조 산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IT가 제조를 리딩하는 시점이 됐다. AI 시대로 전환되면서 일종의 전환점이 아닌가 한다."
정운성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사진)는 17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AI가 제조업의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AI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결합하면서, 기술이 제조를 보조하던 단계에서 제조 혁신을 이끄는 축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업용 AI, 지금이 시작 단계
산업용 AI는 본격적인 전환기에 들어섰다.그러면서 “1차적으로는 데이터 준비를 잘 해야 한다. 그게 기본이자 경쟁력”이라며 “AI는 그 위에서 작동하는 엔진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기술 인프라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쏘시스템은 제품 설계부터 생산, 서비스까지 전 과정을 연결하는 '3DEXPERIENCE(3DX)' 플랫폼을 통해 산업용 AI 전환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자동차, 방산, 항공, 조선, 라이프사이언스 등 다양한 산업에서 설계와 제조 데이터를 한 흐름으로 통합해, 기업이 디지털 전환을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다쏘시스템은 현재 140여개국 22만 기업과 협력 중이다.
정 대표는 "다쏘시스템은 세상의 모든 물건을 가상화한다. 실제 사물과 동일하게 구현하고, 충격을 가했을 때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까지 시뮬레이션한다. 버추얼 트윈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제품을 미리 만들어 테스트하고 경험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즉, 실제 제품과 동일한 가상 모델을 구현해 데이터를 연동하고 이를 통해 설계·제조·운영 시나리오를 사전에 시뮬레이션하고 최적화한다. 생산 효율 향상은 물론, 탄소배출 저감, 리스크 최소화 등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다.
조선업 경쟁력, AI로 키운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조선업이다. 다쏘시스템의 3DX는 3D 모델을 활용해 조선 생산 공정을 생성, 시뮬레이션 및 최적화할 수 있다. 다양한 시나리오에 맞게 모델을 개선하고 최적의 형태와 핏으로 경험을 제공해 더 효율적인 생산, 오류 감소, 품질 관리 개선으로 이어진다.
정 대표는 “설계와 생산을 어디에서 하든, 동일한 품질의 건조 역량을 가져야 한다”며 “디지털 전환을 통해 동일한 품질과 생산성을 확보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쏘시스템의 3DX 플랫폼은 설계부터 생산, 운항, 유지보수까지 선박의 전 과정을 하나의 데이터 흐름으로 연결한다. 복잡한 공정과 협업 단계를 통합해 조선업의 생산 효율성과 품질 표준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핵심 인프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조선 디지털화의 흐름은 이미 글로벌 현장에서 입증되고 있다.
라이프사이언스도 산업용 AI가 현실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병원이나 기업에서 쌓인 의료 데이터와 임상 정보를 기반으로 한 AI는 정밀 의료와 신약 개발을 고도화하고 있다.
다쏘시스템의 ‘리빙하트 프로젝트’는 인체의 심장을 실제와 동일한 수준으로 가상 환경에 구현한 버추얼 트윈 모델로, 심장 질환 연구와 의료기기 개발, 수술 시뮬레이션에 활용되고 있다. 가상의 심장을 통해 약물 반응이나 시술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어, 임상 효율성과 환자 안전성을 동시에 높였다는 평가다.
한편, 그는 '글로벌의 높은 AI 기술력을 (한국이) 따라잡기엔 늦은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정 대표는 “대형언어모델(LLM) 측면에서는 조금 늦은 부분이 있지만, 그것보다는 AI 기술을 제조 산업에 어떻게 잘 응용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면서 "우리나라는 응용력에선 세계 1등 아니냐. 어떤 기술들을 응용해서 새로운 창조를 이뤄내는 것, 그게 우리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를) '패스트 팔로워'라고 하던데, 우리가 단순히 '팔로우'만 했다면 지금의 한국 경제를 어떻게 만들어냈겠나. 오히려 지금 이 기회가, AI를 잘 응용해서 제조 산업에 활용할 수 있을지가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자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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