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집안 청소 시 화학물질을 자주 사용하는 여성은 장기적으로 폐 손상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폐 손상은 20년간 매일 담배 한 갑을 피운 흡연자의 폐 기능과 비슷한 수준이다.
영국 매체 미러와 데일리레코드 등의 보도에 의하면, 노르웨이 베르겐대학교 연구팀이 6,235명을 20년 넘게 추적 조사한 결과 특정 청소 제품에 오래 노출될수록 폐 기능 저하 속도가 현저히 빨라지는 점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청소 화학물질을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10~20년간 하루 한 갑의 담배를 피우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폐 기능 저하 효과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 결과, 청소를 하지 않는 여성과 비교해 집에서 주기적으로 청소하는 여성은 1초간 노력성 호기량(FEV1)이 연간 3.6mL 더 신속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외이스테인 스바네 교수는 "바닥이나 욕실용으로 만들어진 강력한 화학물질을 폐로 흡입한다고 생각하면 이러한 결과가 그리 놀랍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천식을 앓는 비율 역시 청소를 하지 않는 여성(9.6%)에 비해 집에서 청소하는 여성(12.3%)과 직업으로 청소하는 여성(13.7%)에서 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남성의 경우에는 청소와 폐 기능 감소 사이에 뚜렷한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청소를 전혀 하지 않는 여성의 수가 적고, 직업적 청소 노동에 종사하는 남성도 적어 노출 양상이 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진단에 활용되는 FEV1/FVC 비율은 청소하는 여성에게서 더 빠르게 악화되지는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폐 기능 감소가 COPD와 같은 폐쇄성 장애보다는 기도 점막 자극으로 인한 전반적인 기능 저하와 관련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연구팀은 "대부분의 화학물질 청소제는 필수적이지 않으며, 물과 극세사 걸레만으로도 충분히 청소가 가능하다"며 "장기적으로 폐를 보호하기 위해 화학물질 사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공중보건 당국이 청소 제품 규제를 강화하고 흡입되지 않는 형태의 제품 개발을 장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연구는 'American Journal of Respiratory and Critical Care Medicine(미국 호흡기·중환자의학 저널)'에 게재됐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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