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트럭 몰고 시장에서 '쾅'…매년 느는 고령 운전자 사고, 대책 없나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17 16:07

수정 2025.11.17 16:07

고령 운전자 사고 건수·비율 최고
페달 오조작 비율 높아
운전면허 자진반납제 실효성 떨어진다는 지적
"안전장치 설치 확대해야"
지난 13일 오전 10시55분께 경기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제일시장에서 주행 중인 트럭이 상점 앞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났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오전 10시55분께 경기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제일시장에서 주행 중인 트럭이 상점 앞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났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경기 부천에서 고령 운전자가 시장으로 돌진해 2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가속 페달 오조작이 원인으로 거론되면서 고령 운전자 사고에 대한 시민 불안이 다시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해 관련 사고가 증가하는 만큼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3일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제일시장에서 발생한 트럭 돌진 사고로 2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 경찰이 확보한 블랙박스에는 운전자 A씨(67)가 사고 당시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모습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고령 운전자의 운전 미숙으로 추정되는 차량 돌진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 강북구에서 70대 운전자가 햄버거 가게로 돌진해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을 입었다. 같은 해 12월 서울 양천구 목동깨비시장에선 7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돌진해 1명이 목숨을 잃고 12명이 다쳤다.

이러한 추세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 분석 결과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2020년 3만1072건에서 지난해 4만2369건으로 36.4% 급증했다. 작년 고령 운전자 사고 비율은 21.6%를 기록하며 사고 건수와 비율 모두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최고치를 달성했다.

고령 운전자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는 노화로 인한 상황 판단력, 인지능력, 운동신경 감퇴와 페달 오조작이 지목된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지난 2019∼2024년까지 페달 오조작 사고를 분석한 결과 65세 이상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 사고가 전체 오조작 사고의 25.7%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운전자는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을 주장하지만 실제로 인정된 적은 없다. 부천 제일시장 돌진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는 애초 급발진을 주장했으나 경찰이 관련 증거를 제시하자 페달 오조작을 시인했다. 지난해 7월 9명이 사망한 '시청역 역주행 참사' 당시 운전자 차모씨(69)도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 결과 액셀러레이터(가속) 페달 오조작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현재까지 국과수에서도, 대법원에서도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이 인정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선 고령 운전자 사고를 줄이기 위해 '운전면허 자진반납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면허가 없으면 생업에 지장을 받거나 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반납률이 2%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반면 운전면허를 새로 취득하는 고령층은 급증하는 모양새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60대 이상 신규 운전면허 취득자는 3만4560명으로 2019년(2만1799명) 대비 58.5% 늘었다.

전문가들은 안전장치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9월 이후 판매되는 승용차부터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탑재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현지에서 2023년 이후 생산된 차량에는 이미 90% 이상 이 장치가 탑재됐으며 탑재 이후 고령 운전자 사고가 절반가량 감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신차는 물론 기존 차량에도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탑재하면 사고 예방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