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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제도 개편 효과...기관 단기 락업 늘고 변동성 커졌다

박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23 14:05

수정 2025.11.23 14:05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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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올해 7월 기업공개(IPO) 제도 개편 이후 기관투자자 상당수가 공모주 15일 단기 보유를 확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무보유확약(락업)을 해야 공모주 물량을 배정 받는 환경으로 바뀌면서 전체 락업 비중은 늘었지만, 증시 변동성 때문에 장기간 보유는 소극적인 분위기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7월 IPO 제도 개편 이후 신규 상장 기업 10곳의 수요예측 결과를 분석한 결과, 기관 투자자가 일정 기간 팔지 않고 공모주 보유를 확약한 비율은 최근 대폭 상승했다.

이들 기업의 기관 확약 비율 평균은 48.26%에 달했는데, 올해 국내 증시 상승장이 시작된 6월부터 새 제도 시행 전까지 증시에 입성한 20곳의 평균이 13.61%에 그쳤던 것 대비 3.5배 늘었다.

기관은 수요예측 참여 시 미확약(상장 당일 매도) 또는 △15일 △1개월 △3개월 △6개월 중 선택해 일정 기간 주식을 매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건다.



7월 개편 핵심은 기관 락업을 늘리는 데 있다. 먼저 상장 주관사는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 중 40%(올해까지는 30%) 이상을 확약을 건 기관에 우선 배정 해야 한다. 인기가 많은 IPO 종목은 락업을 걸지 않을 경우 공모주 물량을 아예 배정받지 못할 여지가 생긴 셈이다. 또 6개월 등 장기간 확약에 부여되는 가점을 높였다. 미확약 대신 확약을, 확약을 건다면 장기간 보유를 택해 단기 차익 목적 투자를 지양하라는 취지다.

하지만 제도 개편 이후에도 상당수 기관은 '15일' 단기 보유를 약속했다. 제도 개편 후 상장한 10개 종목 중 8개 종목은 15일 락업 비율이 가장 높았다. 지난 3일 상장한 노타의 경우 전체 기관 중 59.7%가 의무 보유를 약속했지만, 이 중 15일 이상 확약은 50.6%에 달했다. 더핑크퐁컴퍼니의 경우 확약을 약속한 기관 중 15일 락업을 택한 기관은 61.1%에 달했다. 세나테크놀로지(75.59%), 이노테크(55.56%) 등도 15일 락업 비중이 가장 높았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흥행하는 종목은 락업을 걸지 않으면 물량을 사실상 받지 못하는 환경으로 바뀌었다"며 "다만 3개월, 6개월 이상 락업은 내년 증시 영향권인데 불확실성 탓에 단기간을 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 개편 이후 증시에 입성한 기업 주가는 상장 초기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입성한 이노테크와 큐리오시스는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300% 급등한 가격에 마감했다. 새 제도 이후 입성한 10개 종목의 상장일 상승률 평균은 121.25%에 육박했는데, 6월부터 세 제도 시행 전 입성한 20곳의 첫날 상승률 평균(51.82%)의 두 배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제도 개편 이후 공모주 밸류에이션이 이전 대비 저렴해진 점, 국내 증시가 4000선을 넘나들며 투자자 유동성도 늘어났던 덕분에 최근 IPO 상장일 성적도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기관의 의무 보유 확약이 늘면서 자연스레 상장 초기 유통되는 물량도 줄어들자 IPO 종목의 초기 변동성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장 첫날 300% 급등한 이노테크는 11일부터 19일까지 7거래일간 주가가 52.5% 급락했다.
큐리오시스는 상장일(13일) 300% 급등한 뒤, 다음날(14일) 하한가(-30%)를 기록했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기관은 대부분 락업을 걸다 보니 상장 초 유통 가능 주식 수가 줄면서 상장일에 더 강한 상승세가 관측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관 물량이 묶이니 대부분 개인들이 상장 초기 시장에 참여하는 모습인데, 변동성에 개인이 더 피해볼 수 있는 여지도 생긴 셈"이라며 "다만 제도 시작 초기인 만큼 정착 여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