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만명 분석·국제공조까지 동원
병원 보관 검체에서 DNA 일치 확인
피의자 이미 2015년 사망
병원 보관 검체에서 DNA 일치 확인
피의자 이미 2015년 사망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21일 브리핑을 열고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 장모씨(범행 당시 60대)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첫 사건은 2005년 6월 6일 발생했다.
같은 해 11월 20일, C씨(40대·여)도 귀가 중 같은 빌딩을 들렀다가 지하 창고로 끌려가 수차례 폭행·성폭행을 당하고 목이 졸려 숨졌다. 시신은 비닐·돗자리에 감싸 결박된 상태로 주택가 노상에 버려져 있었다. 두 피해자 모두 쌀포대·노끈 결박 등 특징이 동일했다.
사건 직후 양천경찰서는 전담수사팀을 꾸려 감식·전과자 대조·공사현장 탐문 등을 수년간 이어갔지만 단서를 찾지 못했고, 2013년 미제로 전환됐다.
동일범임이 확인된 이후 경찰은 범행 당시 공사 현장 관계자, 전과자, 신정동 전·출입자 등을 포함해 총 23만1897명을 수사대상자로 선정했다. 이 가운데 우선순위 1514명의 DNA를 전국을 돌며 직접 확보해 대조했지만 일치자는 없었다. 조선족 범행 가능성까지 고려해 중국 국가 데이터베이스 대조 등 국제공조 수사도 병행했지만 결과는 동일했다.
경찰은 수사 폭을 넓혀 사망자 56명을 후보군으로 선정해 직업·동선·범행 패턴을 대조했고, 여기서 범행 당시 해당 빌딩 관리인이었던 장씨가 유력 용의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장씨는 2015년 암으로 사망했고 유골은 화장돼 DNA 확보가 불가능했다.
경찰은 장씨가 생전 치료를 받았던 경기 남부 병원과 검체업체 40곳을 탐문한 끝에, 한 병원에서 보관 중이던 파라핀 블록·슬라이드를 확보했다. 국과수 감정 결과 장씨 DNA는 두 사건에서 나온 DNA와 완전 일치했다. 이어 장씨 근무처 18곳 탐문, 관련자 40명 조사, 2006년 성범죄 수사 기록 재검토 등 보강수사를 통해 범행 경위를 확인했다. 2006년 동일 장소에서 유사 수법 성범죄 시도가 있었던 사실도 재조사됐다.
경찰은 장씨는 "2006년 5월 '엽기토끼 사건' 발생 당시 강간치상으로 이미 수감 중이었다"며 "두 사건 사이 연관성은 없다"고 밝혔다. 신정동 살인사건은 장씨가 사망했기 때문에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살인범은 저승까지 추적한다'는 각오로 범인의 생사와 관계 없이 장기 미제 사건을 끝까지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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