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원작 소설 읽는듯… ‘감정’을 노래하다 [엄현희의 생각하는 극장]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24 18:12

수정 2025.11.28 14:55

엄현희 연극평론가
엄현희 연극평론가

뮤지컬 '아몬드'(서휘원 각색·작사, 이성준 작곡, 김태형 연출)는 손원평의 소설이 원작으로, 연극으로도 만들어졌다.

라이브에서 제작한 올해의 '아몬드'는 두 번째 공연으로, 무엇보다 프로듀서의 뚝심이 인상적이다. 재연 '아몬드'는 확 바뀌어 초연과는 다른 감각을 자극한다. 한 차례 완성돼 관객들과 만났던 작품을 바꾸는 것은 성가시며 과감한 실행이다.

공간이 바뀐 것이 가장 먼저 보인다.

초연은 코엑스 아티움 극장 양옆으로 넓게 퍼진 무대에서 공연됐다. 대규모 쇼와 복잡한 동선의 드라마가 많다면 공간을 흥미롭게 채울 수 있었겠지만, '아몬드'는 그러한 작품이 아니다. 주인공 윤재의 나레이션을 축으로 극이 전개되며, 무대에 대한 섬세한 몰입과 공감으로 감정이 쌓여 극을 움직인다.

놀(NOL) 유니플렉스 1관에서 재연 중인 '아몬드'는 관객들의 몰입감과 집중력을 모아주는 시각선의 무대에서 공연됐다. 밑이 좁은 직사각형의 좁고 위가 높은 공간이 무대이다. 헌책방으로 꾸며진 2층 무대는 계단으로 배우들의 움직임에 변화를 만든다. 또 배우들은 의자에 앉아 곁에 자리해 무대를 바라본다. 이러한 배치는 윤재와 곤이 등 나레이션에 시선이 가도록 만든다. 앉아 있는 배우들이 책을 펼쳐 읽고 있는 설정 역시 나레이션의 해설적 기능을 자연스럽게 강화한다.

이것은 소설 원작의 특성을 공연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서사극적 형식으로 수렴한 것이다. '아몬드'와 '내가 정한 이름' '느껴져' 등의 곡들이 캐릭터의 특별함을 드러내며 음악에 의해 극이 운동하도록 이끈다. 특히 윤재가 고통 속에서 감정의 존재를 느끼며 또 다른 자신과 만나는 '느껴져' 장면은 곡 앞뒤 상황들과 긴밀히 붙어 있어 무대가 열리며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아몬드'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듯하다. 스토리텔링 자체가 갖는 힘이 감각적이며 생명력과 따뜻한 온기가 강하다. 작품은 뇌의 감정 회로가 어긋나게 태어난 윤재를 통해 감정과 뇌, 마음을 차분하게 들여다보며 특히 '관계론적 인간 존재'에 대해 주목하도록 이끈다. 현대사회의 고독과 고립을 돌파할 수 있는 연결감과 안정된 유대감 등의 가치를 작품이 일관되게 말하고 있으며, 동시에 감정에 대한 적극적 사유를 이끄는 점도 싱그럽다. 작품은 윤재와 곤이 두 청소년의 성장 서사다. 아이들은 운명에 의해 홀로 존재하는 원자처럼 유년기를 보냈지만, 결국 자신을 믿고 사랑하며 지지하는 타인의 존재에 의해 비로소 또 다른 삶이 이어진다.

1인칭 화자에 의한 구조로 '아몬드'는 공연으로 만들기 까다로운 작품이란 견해도 있었다. 공연은 3인칭, 즉 관객이 상황을 볼 수 있도록 사건화 해야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뮤지컬 '아몬드' 무대는 이러한 예상과 어긋나며 감정적 교류와 깊은 몰입을 보여준다.
그것은 '아몬드'가 감정에 대한 이야기며, 무대는 슬픔, 기쁨, 분노, 즐거움 등이 몰아치는 가운데 직관적으로 반응하는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엄현희 연극평론가
뮤지컬 '아몬드' 속 배우 김건우. 연합뉴스
뮤지컬 '아몬드' 속 배우 김건우. 연합뉴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뮤지컬 '아몬드' 프레스콜이 열린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NOL 유니플렉스에서 윤재 역의 윤소호 배우와 곤이 역의 김건우 배우가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을 하고 있다. 2025.09.30. dahora83@newsis.com /사진=뉴시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뮤지컬 '아몬드' 프레스콜이 열린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NOL 유니플렉스에서 윤재 역의 윤소호 배우와 곤이 역의 김건우 배우가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을 하고 있다. 2025.09.30. dahora83@newsis.com /사진=뉴시스

뮤지컬 '아몬드' 프레스콜이 열린 9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NOL 유니플렉스에서 윤재 역의 김리현 배우와 엄마 역의 이예지 배우가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뮤지컬 '아몬드' 프레스콜이 열린 9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NOL 유니플렉스에서 윤재 역의 김리현 배우와 엄마 역의 이예지 배우가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뮤지컬 '아몬드' 프레스콜이 열린 9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NOL 유니플렉스에서 도라 역의 송영미 배우가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뮤지컬 '아몬드' 프레스콜이 열린 9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NOL 유니플렉스에서 도라 역의 송영미 배우가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