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일자리 창출·경제 활력·나눔… 하나금융이 만든 든든한 한 끼 [르포]

박문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24 18:25

수정 2025.11.24 18:25

'일석삼조 사회공헌' 광주 도시락 제조시설 '행복 담:다'
지난달 광산구 도산동에 문 열어
직거래 장터서 식재료 공수하고
은퇴한 시니어가 조리·배송 참여
독거 어르신 등 350가구에 전달
"나누러갔다 나눔 받고와요" 훈훈
지난 21일 광주 광산구 '하나금융그룹과 함께하는 한끼를 채우는 행복 담:다'에서 두부강정을 담고 있는 한복자씨(왼쪽)와 도시락을 배송하고 있는 송영진씨(오른쪽). 사진=박문수 기자
지난 21일 광주 광산구 '하나금융그룹과 함께하는 한끼를 채우는 행복 담:다'에서 두부강정을 담고 있는 한복자씨(왼쪽)와 도시락을 배송하고 있는 송영진씨(오른쪽). 사진=박문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광주=박문수 기자】"식당할 때도 못 써본 정말 좋은 식재료를 쓴다. 새벽 일찍 나오는 탓에 힘이 들 때도 있지만 하루 4시간, 체력이 받쳐줄 때까지는 봉사하는 마음으로 요리하려고 한다."

한복자씨(71)는 일식당에서 40년간 일하다 지난 2023년 은퇴했다. 이듬해 광산시니어클럽 활동을 시작하면서 주방으로 돌아와 '하나금융그룹과 함께하는 한 끼를 채우는 행복 담:다'에서 일하고 있다. 한씨는 지난 21일 "돈을 버는 것보다 사회에 기여한다는 마음, 내 손으로 어르신과 청소년의 따뜻한 한 끼를 준비한다는 뿌듯함으로 새벽 일찍 일어난다"면서 "하나금융과 광산구청, 그리고 광주광산시니어클럽에서 주방을 설계할 때 오랜 경력에서 나온 노하우로 일하기 편한 공간을 함께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광주 광산구 도산동에 자리한 100㎡ 규모의 '하나금융그룹과 함께하는 한끼를 채우는 행복 담:다'는 지난달 27일 문을 열었다. 앞서 전국에 어린이집 100호점을 세운 하나금융은 올해 사회공헌 대상으로 어르신(시니어)과 외국인 그리고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선정한 바 있다.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행복 담:다'에서 만들어 약 350가구에 전달하는 도시락이 그 결과물이다. 광주 거주 외국인의 56%(2만6485명·2023년 기준)가 광산구에 살고 있다. 어르신 비율도 높다. 하나금융은 광산구와 협력해 지역사회 맞춤형 복지 기반을 마련했다. '행복 담:다'가 들어선 공간은 광산구가 지원하고, 하나금융은 도시락 제조시설을 구축했다. 도시락 배달용 차량 '레이'도 지원했다.

'행복 담:다' 사업은 '1석3조'의 사회공헌활동이다. 먼저 지역에 시니어 일자리가 창출된다. 시니어들은 도시락 조리·포장·배송 등의 전 과정에 참여한다. 취약계층 청소년과 독거 어르신 가정에 매주 문 앞에 도시락을 전달한다. 도시락에 들어가는 식재료는 모두 지역 농수산물 직거래장터와 소상공인 점포에서 사온다.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를 도모하는 것이다.

하나금융 ESG상생금융팀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마중물을 부었다면 지역과 상생해 스스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행복 담:다에서 만든 두부를 광산구청 로비에서 판매하면 순식간에 매진된다.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반찬·국·샐러드 도시락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면 연일 매진된다. 지속가능한 시니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어르신들과 함께 도시락 만들기에 도전해 보니 30분 만에 등골에 땀이 맺힌다. '도시락에 머리카락이 들어갈까' 눌러 쓴 조리모자 안에 열기가 들어찼다. 한씨는 "겨울에는 좀 나은 편"이라며 "여름에 불 앞에서 음식을 볶으면 땀이 주룩주룩 나지만 맛있게 먹을 아이들과 어르신을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수월하다"고 말했다.

하나금융 사회공헌활동의 특징은 지속가능성이다. 시니어 일자리의 특성상 '무리한 노동'은 지속가능성을 떨어트리는 만큼 혹한기와 혹서기 각각 1개월 간은 사업을 중단한다. 완성된 도시락은 광산구가 선정한 수혜가정에 배달된다.

25년 넘게 대형 트레일러를 몰던 송영진씨(70)는 "한창 때는 전남 여수에서 경기 파주로 한 달음에 차를 몰았지만 허리가 아파 무거운 것을 들 수 없어 은퇴했다"면서도 "하루 4시간 정도는 운전할 체력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더 빠른 길이 있지만 길을 돌아가면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송씨는 "받는 분을 생각해 도시락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차를 천천히 몰고, 비포장 도로를 최대한 피한다"며 "따듯한 한 끼를 나누러 가면 들어와서 커피 한 잔 하고 가라는 어르신, 홍시 2개를 내주는 어르신을 만난다. 빈 도시락을 내놓으실 땐 고맙다는 편지가 담겨 있을 때도 있다.
나누러 갔다가 오히려 나눔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값진 노동 끝에 집에 돌아가면 몸이 피곤하지만 마음은 뿌듯하다"면서 "어떤 어르신은 일주일 내내 도시락을 실은 차량이 오기를 기다린다"고 덧붙였다.
하나금융은 부산과 인천에서도 '시니어 일자리 연계 지역사회 동반성장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mj@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