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 내부에서 내년 지방선거 경선룰을 당원 투표 70%·국민여론조사 30%로 개정하는 것과 관련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당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은 기존 당심 50%·민심 50%에서 당심 비중을 20%포인트 올리는 경선룰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당 일각에서는 "민심을 외면한 자충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 서초을을 지역구로 둔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당심 70% 경선룰은 뿌리를 세우는 결단이 아니라 스스로 그 뿌리를 말리는 것"이라며 "뿌리를 튼튼히 해야 나무가 자란다고 하지만 지금 우리 당은 뿌리가 약해서가 아니라 토양인 민심이 메말라 있기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이다"고 진단했다. 조 의원은 서초구청장 출신의 의원으로, 현재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이는 기획단 위원장인 나경원 의원을 저격한 것이다. 나 의원은 김용태·윤상현 의원 등을 비롯한 당 내부 인사들이 당심 70% 경선룰이 민심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지적하자 "뿌리 깊은 나무가 잎도 열매도 무성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나 의원은 이날 SNS에 "당원이 흔들리면 당이 뿌리 째 흔들리고 뿌리 없는 나무는 성장할 수 없다"며 "당원 존중·당세 확장은 우리 당의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적었다.
조 의원은 "지난해 1월 총선을 앞두고 당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가 지지세가 약한 수도권·충청 등 1권역에는 민심 비율을 80%까지 확대했다. 반대로 지지 기반이 탄탄한 2권역 지역만 당원 50%·국민 50%를 적용했다"며 "민심이 있어야 한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이다. 지금 당심 70%를 주장하는 분들께 지난해는 왜 민심 80%를 받아들였는지 궁금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심 안에 민심이 있다'는 말도 현재 상황을 설명하기는 어렵다"며 "중도·무당층의 불만과 우려가 가장 큰 시기에 당심을 강화하면 결과는 뻔하다"고 했다.
조 의원은 "콘크리트 지지층 중심의 공천이 이뤄지면 결국 본선에서 국민이 우리 당을 외면하게 된다"며 "이것이야말로 외연 확장을 스스로 차단하는 자충수"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개딸당 따라하기가 아니라 국민의 바다에서 답을 찾는 길이 필요하다"며 "작년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 모든 지역에 당심 70%를 일괄 적용하는 것은 선거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haeram@fnnews.com 이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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