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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라면 누구나 대스공 도전".. 여성 캐릭터가 확장한 이야기의 지평[수상자 오픈토크]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27 20:33

수정 2025.11.28 14:23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스토리 부문' 수상자 오픈토크 첫 개최 첫 세션-여성 주인공 앞세운 성장 서사 5편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5일 서울 코엑스 아셈볼룸에서 '2025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스토리 부문' 시상식을 개최했다. 콘진원 제공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5일 서울 코엑스 아셈볼룸에서 '2025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스토리 부문' 시상식을 개최했다. 콘진원 제공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스토리부문 수상자 오픈토크’. 콘진원 제공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스토리부문 수상자 오픈토크’. 콘진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스토리 부문’, 일명 ‘대스공’은 글을 쓰는 창작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도전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스토리 공모전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며, 출판·영화·애니메이션·웹툰 등 장르 제한 없이 ‘스토리’ 하나만으로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공모전이라는 점에서 업계 내 공신력이 높다.

올해 공모전에는 총 2448편이 접수돼 16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치열한 경쟁 끝에 선정된 15편의 우수작 중 최우수상을 수상한 '포스트잇 레이디'의 채헌 작가는 26일 “습작 8년 동안 작품을 완성할 때마다 이 공모전에 도전했다”며 “탈락과 예심·본심을 오르내리며 성장해 왔다. 시상식에서 그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며 남다른 소감을 밝혔다.



수상자 15명 오픈 토크 첫 개최

올해 시상식은 지난 25일 개막한 ‘콘텐츠 IP 마켓 2025’ 프로그램의 하나로 운영됐으며, 다음날인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2025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스토리 부문 수상자 오픈토크’가 처음으로 열렸다. 업계 관계자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수상작을 소개하고, 창작자·제작사 간 비즈매칭 상담회가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서 이현주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IP진흥본부장은 “경쟁률 163대 1이라는 기록적인 수치 속에서 선택된 15편이 훗날 좋은 파트너를 만나 완성도 높은 콘텐츠로 탄생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상작 15편은 153일간 예심·본심·최종심을 거쳤다. 심사위원 177명이 3단계 심사를 거쳐 대상·최우수상·우수상 등 총 15편을 선정했다. 대상(대통령상)은 이유미 작가의 '일레'가 차지했다.

이명한 최종심사위원장 겸 에그이즈커밍 대표는 “전통 설화를 기반으로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한 작품, 역사적 소재를 새롭게 해석해 차별화된 서사를 만든 작품, 현대인의 삶을 깊이 있게 조명한 작품까지 창의성과 완성도가 모두 돋보였다”고 평했다. 한편 이날 토크쇼는 주제별로 5편씩 작품을 나눠 세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여성 주인공을 앞세운 성장 서사

첫 번째 세션에서는 최근 트렌드인 ‘여성 주인공의 성장 서사’를 내세운 작품들이 소개됐다. 무대에는 ‘포스트잇 레이디’ 채헌 작가, ‘경성 경매사 이승화’ 조지은 작가, ‘역관 그레이스’ 계경배 작가, ‘영자의 전성시대’ 최기석 작가, ‘한양 모던걸 파란뎐’ 정은화 작가가 올랐다. 작품 소개 영상 상영 후, 각자의 기획 배경과 캐릭터 설정, 관전 포인트에 대한 대화가 이어졌다.

세션의 첫 문을 연 ‘포스트잇 레이디’는 이름처럼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던 20대 사무보조원 이소소가 어느 날 갑자기 절대 떨어지지 않는 무적의 포스트잇을 날릴 수 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채헌 작가는 작품의 씨앗이 된 장면으로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추모 공간을 떠올렸다. 그는 “신당역 화장실 입구 벽에 빼곡히 붙어 있던 포스트잇은, 얇은 종이였지만 그 안에 슬픔, 분노, 위로, 연대까지 사람들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 포스트잇이 벽이 아니라 가해자에게 붙어 평생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무적의 포스트잇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종이 한 장 날리는 능력뿐인데 ‘이게 무슨 히어로냐’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소소에게는 그 한 장을 날리는 것 자체가 엄청난 도전이자 용기예요. 거창하든 소소하든, 자기만의 도전을 해내는 사람이라면 저는 충분히 히어로라고 생각합니다.”

채헌·조지은·계경배·최기석·정은화 작가 참여

조지은 작가의 ‘경성 경매사 이승화’는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골동품 경매 세계에 뛰어든 첫 여성 경매사의 성장기를 다룬다. 조 작가는 “경성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는 많지만, 골동품 경매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은 처음인 것 같다”며, “당시 경성은 ‘황금광 시대’라 불릴 만큼 투기·투자 열풍이 거셌고, 오늘날의 코인·주식 열풍과 맞닿아 있어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인공 이승화는 고아 출신으로, 일본인 남성 중심의 경매 회사에서 최초의 여성 경매사가 된다. 이후 최고 경매사로 성장하기까지, 수많은 허들을 넘는다. 조 작가는 “간송 전형필과 위창 오세창 같은 실존 인물을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이고, 가상의 캐릭터들로 감동과 재미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 작품 ‘역관 그레이스’(계경배 작가)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혼혈 여성 역관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작품 기획의 키워드로 “새로움과 확장성”을 꼽았다. 기존 사극이 왕실 비사 중심, 남성 영웅 서사에 치중해 왔다면, 이번 작품은 사옹원, 역관 등 덜 조명된 영역에 주목한다. 계 작가는 "주인공 은총을 ‘하멜 표류기’의 하멜보다 앞서 조선에 귀화한 네덜란드 상인 ‘얀 얀스 벨테브레이’(박연)의 후손이라고 설정했다"며 "무대는 조선을 넘어 유럽과 아프리카까지 확장된다"고 말했다.

1970-80년대 흥행 영화 제목과 동일한 '영자의 전성시대’(최기석 작가)는 그 시대를 무대로 한 통쾌한 케이퍼물이다. 2013년 국가기록원에 의해 비밀해제로 공개된 '수도 이전 백지계획 보고서'에 대한 기사를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1971년부터 1979년까지 풍수지리·도시건설·토목 등 각 분야의 전문가 150여 명이 참여해 26건의 방대한 보고서를 만들었으나, 1979년 박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계획이 무산되고 기록도 공백 상태로 남은 사건이다. 최 작가는 “이 보고서가 만약 영화 ‘오션스 일레븐’의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같은 사기꾼 손에 넘어갔다면 얼마나 흥미로울까 상상했다”면서 기획부동산계의 한국판 보니&클라이드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수에 밝은 은행원 영자와 사기에 능한 강남 제비 규석을 주인공으로 한 범죄물에 휴먼 드라마, 로맨스가 3-4-3 전술처럼 얽히는 구조”라고 부연했다.

정은화 작가의 ‘한양 모던걸 파란뎐’은 여러 이름으로 불린 주인공 청목의 굴곡진 삶을 따라가는 한 여성의 복수극이자 성장담이다. 정 작가는 “버려진 아이로 ‘저거’라 불리던 시절부터 거상의 수양딸로 지낸 ‘청목’, 유럽을 다녀와 스스로 지은 이름 ‘샬럿’(자유로운 여성)까지,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네 번의 이름을 갖는 인생 자체가 이미 파란만장하다”고 설명했다. 제목의 ‘파란뎐’에는 ‘파란을 일으키다’와 ‘파란 눈’의 중의적 의미가 담겼다.

그는 관전 포인트로 “잘 길들여진 개는 정말 주인을 물 수 없는가”, “핏줄이라는 이름의 악연은 끊을 수 없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수많은 악인들이 등장하고, 개인적 복수를 좇던 주인공들이 거대한 악의 근원과 마주하며 도덕적 딜레마에 직면하는 과정이 작품의 핵심이다.
버디물의 속성도 있는데, 그는 청목의 조력자에 대해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이 서로를 통해 성장하는 연대의 관계”라고 설명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