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청주 실종여성 살인범 김모씨(54)가 전 연인 A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차량에 싣고 다니며 하루 동안 태연하게 회사 업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1일 충북경찰청은 A씨가 실종된 당일부터 피의자 김씨가 검거되기까지 약 44일 간의 행적을 파악 중이다. 김씨는 지난 10월 14일 A씨의 SUV에서 그가 다른 남성을 만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격분해 흉기로 10여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와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시신 차에 싣고 태연히 출근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0월 14일 A씨 집 앞으로 찾아가 오후 6시 10분께 회사에서 귀가한 A씨를 만났다. 김씨가 당일 A씨를 찾아간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사전 약속 없이 A씨가 귀가하기를 무작정 기다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김씨는 A씨의 차량(SUV)에 탑승해 진천군 문백면의 한 노상주차장으로 이동했다. 두 사람은 주차장에 도착한 뒤 SUV 안에서 이성 문제로 말다툼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격분한 김씨가 오후 9∼11시 사이 흉기를 10여차례 휘둘러 A씨를 살해했다.
김씨는 이후 A씨 시신과 흉기를 실은 채 직접 차를 몰아 밤새 초평저수지와 옥성저수지를 비롯한 청주와 진천 일대를 돌아다녔다. 김씨는 경찰에 이곳 어딘가에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버렸다고 진술했으나, 정확한 장소를 기억하지 못해 아직 흉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흉기를 버린 뒤에는 시신을 불상의 장소에서 자신의 차에 옮겨 실었고, 날이 밝을 무렵 귀가한 직후 옷만 갈아입고는 곧바로 다시 이 차량을 몰고 자신이 운영하는 진천군의 폐수처리업체로 출근해 거래처를 돌아다니는 등 정상적으로 업무를 봤다.
이후 오후 6시∼8시 사이 회사에서 퇴근한 김씨는 그 길로 자신의 거래처 중 한 곳인 음성군의 한 업체로 차를 몰아 마대에 담긴 시신을 이곳에 있는 오폐수처리조 내 펌프에 밧줄로 묶어 유기했다.
이 과정에서 범행 흔적이 남아있는 A씨의 SUV는 그 다음 날 자신의 거래처 2곳을 옮겨가며 천막으로 덮어 숨겨뒀다. 거래처 측에는 "자녀가 사고를 많이 치고 다녀서 빼앗았다. 잠시 맡아달라"고 둘러댄 것으로 알려졌다.
검거 후에도 “살해한 적 없다” 부인…증거 제시하자 자백
시신과 차량을 감쪽같이 숨겨놨던 김씨는 경찰이 자신의 거래처로 수사망을 좁혀오자 지난달 24일 충주시 소재 충주호에 차량을 유기했다가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김씨는 검거 초기 "폭행한 사실은 있지만, 살해한 적은 없다고" 부인하다가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 등 여러 증거를 제시하자 그제야 범행 일체를 자백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가 계획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다수 포착했으나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경찰은 김씨의 범행이 잔혹하다고 판단해 전날 사이코패스 진단검사를 진행했으며, 김씨의 신상을 공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경위를 조사한 후 조만간 사건을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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