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내 뒤엔 반기문·연예계 있다" 연인인 척하며 저지른 2억 사기극

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4 00:00

수정 2025.12.04 00:00

투자·차용·카드대금으로 2억5000만원 편취...法 "전부 기망"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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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단 관리 업무를 맡고 있으며 유명 정치인·연예인들과 두루 친분이 있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거액을 가로챈 3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11단독(서보민 판사)은 지난달 19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36)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 2021년 11월께 친구찾기 어플로 알게 된 피해자 최모씨에게 유명인과의 친분이 있다고 속여 투자 사기와 차용 사기, 카드 대금 사기 등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최씨에게 자신을 서울시청 7급 공무원이자 태릉선수촌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을 관리하는 직원이라고 소개하고, 이 과정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쇼트트랙 국가대표 최민정·심석희 선수, 배우 류준열, 가수 정용화·정엽 등과 친분이 있다며 정치·체육·연예계 인맥을 두루 과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테슬라·이더리움·모더나 등 미국 나스닥 주식에 투자해 순수익이 1억4000만원을 넘었으며, 테슬라 주식에 2억원을 투자해 12억원 넘게 벌었다", "공매도 투자로 120만원을 투자해 400% 수익을 올렸다"는 등 투자 실적을 과시하며 최씨에게 돈을 보내면 수익을 내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상 김씨는 일정한 직업이 없었으며, 유명인들을 개인적으로 알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나스닥 주식이나 코인 등에 투자해 큰 수익을 본 사실이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허위 실적을 토대로 최씨에게 돈을 요구해 2022년 2월부터 2023년 7월까지 17회에 걸쳐 총 1억9045만원을 송금받았다.

이후에도 김씨는 최씨에게 "투자한 돈이 묶여 있으니 돈을 빌려주면 회수하는 대로 갚겠다"며 차용금 명목의 돈을 요구했고, 이에 속은 최씨는 2874만원을 추가로 건넸다. 김씨는 "시계를 저가에 매입하는 지인을 통해 시계를 매수하면 처분해 수익을 남길 수 있다"며 최씨에게 추가로 535만원을 받아냈고, 휴대전화 개통비와 임플란트 비용이 급하다는 이유로 최씨의 신용카드를 받아 2915만원 상당을 결제했다. 최종 피해액은 2억5369만원에 달했다.

김씨 측은 "피해자에게 자신의 투자 이력, 투자 수익률, 경제 상황, 코인 투자 내역 등에 대해 거짓말하지 않았으며, 피해자는 자신과의 사이를 연인에 준하는 관계로 인식하고 있었다"며 "피고인의 경제 사정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피해자는 코인 투자도 함께 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인의 진술이 수사 단계부터 법정까지 구체적이고 일관됐으며, 문자메시지 내용 등 객관적인 자료와도 정확히 부합했다"며 김씨가 최씨를 기망해 투자금·차용금 등 명목으로 돈을 편취했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가 최씨에게 자신 또는 부모님 명의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부산 해운대구 소재 아파트 등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취지의 거짓말을 했다는 점도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해 금액이 크고 피해의 상당 부분이 회복되지 않았다"면서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피해 금액의 일부를 변제한 점과 일부 잘못을 인정하는 점, 2012년 폭행죄로 벌금형 처벌을 받은 것 외에는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