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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트럼프, AI 다음에 '로봇' 육성...내년 행정명령 검토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4 11:29

수정 2025.12.04 11:29

美 상무장관, 최근 로봇 관련 CEO들과 잇따라 회동
내년에 로봇 육성 행정명령 검토중...교통부도 실무그룹 공개 예정
올해 AI 밀어줬던 트럼프, 내년에는 로봇 지원 '만지작'
AI와 마찬가지로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 석권한 中 견제 목적
로봇 산업 흥할수록 트럼프가 약속한 제조업 일자리는 사라질 수도
지난 10월 27일 미국 뉴욕의 나스닥 거래소 앞에서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인 '옵티머스'가 걸어다니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0월 27일 미국 뉴욕의 나스닥 거래소 앞에서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인 '옵티머스'가 걸어다니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올해 출범과 동시에 미국 인공지능(AI) 산업을 지원했던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내년에는 로봇 산업을 육성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산업용 로봇 시장을 석권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추정된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3일(현지시간) 익명의 관계자 3명을 인용해 미국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최근 로봇 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러트닉이 로봇 산업 발전에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 가운데 2명은 트럼프 정부가 내년에 로봇 산업과 관련된 행정명령을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상무부 대변인은 폴리티코의 보도에 대해 "로봇공학과 첨단 제조업은 중요 생산활동을 미국으로 되돌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 중 1명은 미국 교통부 역시 올해 안에 로봇공학과 관련된 실무 전문가 집단 구성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교통부는 해당 주장에 대한 폴리티코의 논평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다. 폴리티코는 미국 의회에서도 로봇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공화당의 국방수권법(NDAA) 수정안에 국가 로봇공학 위원회 설립 조항이 들어가 있다고 강조했다.

매체는 트럼프 정부가 AI 발전을 위한 파격적인 행정명령을 내놓은 지 약 5개월 만에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미국 IT 업계 CEO 3인방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다음날인 1월 21에 백악관에 모여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AI 기반 시설을 미국에 건설하는 ‘스타게이트’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트럼프는 비상권한을 사용해 해당 계획을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지난 7월 23일 AI 육성을 위한 행정명령 3건에 연달아 서명하고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활용해 국가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제조시설 등 AI 기반 시설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폴리티코는 로봇 산업이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에서 AI에 이어 새로운 전장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로봇연맹(IFR)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 대수는 29만5000대로, 전 세계 신규 설치량의 약 54%를 차지했다. 폴리티코는 IFR 추산치를 인용해 2023년 기준 중국 공장 내 산업용 로봇이 180만대라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숫자가 미국의 약 4배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의 로봇 업계는 관련 공급망을 강화하고 로봇의 광범위한 배포를 지원할 수 있는 세제 혜택이나 연방 자금 지원을 바라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세계적으로 인간형 로봇을 만드는 기업들의 투자 규모가 2024년 12억달러 수준이었으나 2025년에는 23억달러(약 3조3839억원)에 달한다고 예상했다. 미국 골드만삭스는 세계 인간형 로봇 시장 규모가 2035년 380억달러에 이른다고 전망했다. 폴리티코는 업계에서 중국의 산업 보조금과 지식재산권 관행에 대응할 무역 정책도 요구한다고 전했다.

미국 로봇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브렌던 슐만 대관업무 담당 부사장은 "이제 첨단 로봇공학이 제조, 기술, 국가 안보, 국방 응용, 공공 안전 측면에서 미국에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 인식되고 있다"며 "로봇공학의 미래를 지배하려는 중국의 노력도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폴리티코의 보도 직후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주가는 장중 4% 넘게 올랐다. 테슬라는 현재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를 개발하고 있다.

한편 폴리티코는 로봇산업이 성장할수록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확대라는 트럼프의 핵심 공약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제프 번스타인 미국 첨단자동화산업협회(A3) 회장은 로봇 사용이 늘어날수록 인간 노동자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기업들의 규모가 커지면서 일자리 역시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 위치한 중국 로봇 기업 러쥐 로보스틱스의 연구실에서 지난달 27일 연구원이 가상현실(VR) 장비를 이용해 인간형 로봇을 조종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 위치한 중국 로봇 기업 러쥐 로보스틱스의 연구실에서 지난달 27일 연구원이 가상현실(VR) 장비를 이용해 인간형 로봇을 조종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