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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가계 살림 소득은 제자리.. 소비지출, 빚은 더 늘었다

김찬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4 12:00

수정 2025.12.04 14:07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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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한국 가계의 자산 규모는 확대되고 있지만 실제 생활 여력은 오히려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평균 자산은 늘었지만 소득 증가율은 제자리 수준에 머물고, 부채와 비소비지출은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특히 40대와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부채 부담이 커지면서 금리 재상승이나 경기 둔화가 현실화될 경우 충격이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채 1억 시대... 40대·자영업자 집중

4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가구 평균 자산은 5억6678만원으로 전년 대비 4.9% 증가했다. 부동산 등 실물자산 상승이 자산 증가를 주도했으며 금융자산 증가율은 2.3%에 그쳤다.



겉보기에는 가계 재무 여건이 개선된 듯 보인다. 하지만 부채도 함께 증가하며 체감 생활력은 오히려 약해지고 있다.

같은 기간 가구 평균 부채는 9534만원으로 전년 대비 4.4% 늘었다. 부채 보유 가구의 평균 부채는 1억6181만원으로 7.6%나 늘었다. 부채 증가 속도가 자산 증가 속도를 넘어선 셈이다. 금융부채 항목에서는 임대보증금 비중이 10.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채는 특정 계층에 더욱 집중되는 양상이 뚜렷했다. 40대 가구의 연령별 부채 보유액은 전년 대비 8.9% 증가해 전체 평균 증가율(4.4%)의 두 배에 달한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자영업자가 가장 높은 부채 비중을 보였으며, 임시·일용근로자의 부채도 전년 대비 7.2% 증가해 취약계층 중심의 부채 확대가 드러났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40대는 주택 마련과 자녀 교육 등 필수지출이 많은 시기이고, 자영업자는 소득 변동성이 커 금리·경기 변화에 민감하다"며 "상위 계층은 빚을 내 부동산·주식 등 자산을 사지만, 자영업자나 일용직 근로자가 빚을 낸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가 약하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순자산 격차 역대 최대

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소득 증가세는 둔화되는 흐름이다. 지난해 가구 평균 소득은 7427만원으로 3.4%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3년 증가율(6.3%)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비소비지출은 1396만원으로 전년 대비 5.7% 증가했다. 세금, 이자비용, 연금·보험료 등 줄이기 어려운 지출이 늘어나면서 가계의 자율적 소비 여력은 더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계층별·지역별 격차도 확대됐다. 2025년 3월 말 기준 순자산 지니계수는 0.62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분배가 균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함을 의미하는데, 이번 수치 상승은 자산 격차가 그만큼 악화됐다는 뜻이다.

또한 전체 가구의 57%가 순자산 3억원 미만에 머무른 반면, 10억원 이상 고자산 가구는 11.8%를 차지했다. 서울·세종·경기 등 수도권은 자산·소득·부채·순자산 대부분에서 전국 평균을 웃돌며 지역 간 편중 역시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 결과가 ‘부동산 상승에 따른 자산 착시’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자산 규모는 불어났지만, 소득 증가율 둔화와 지출 확대 흐름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1주택자의 경우 집값이 올라도 실제로 체감 가능한 자산 증가는 제한적”이라며 “자산이 늘었다고 해도 그만큼 부채와 지출이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자산 격차가 커지고 있는 만큼 정책 대응도 정교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 교수는 “자산 격차가 확대되고 분배 구조가 더 불평등해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정책 역시 평균치가 아니라 취약계층 중심의 맞춤형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