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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은 월급으로, 생활비는 엄마 돈으로".. 고가아파트 편법증여 전수 검증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4 12:00

수정 2025.12.04 13:17

"부모 찬스 막는다" 국세청, 강남4구·마용성 고가아파트 증여 전수 검증
[파이낸셜뉴스] #. 직장인 A는 모친 B로부터 서울 소재 고가 아파트에 대한 근저당 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부담부증여를 받았다. A는 근저당 채무를 자신의 근로소득으로 상환한다고 소명했다. 하지만 A는 평소 능력에 비해 호화 사치생활을 이어가고 있어 국세청이 자금 출처를 확인했다. 그 결과 A는 모친 B로부터 생활비 등을 지원받으며 부모 찬스를 쓰고 있었다. 이에 국세청은 A를 자금출처조사대상으로 선정했다.



청담 르엘 전경. 뉴시스
청담 르엘 전경. 뉴시스

최근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대출 문턱이 높아진 가운데 똘똘한 한채에 대한 선호와 집값 상승 기대로 강남 청약이 곧 로또 당첨이라는 인식과 함께 청약 시장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무엇보다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고액의 현금증여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집을 팔지 않고 물려주는 증여 거래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국세청은 이러한 과정에서 탈세 등 탈루행위가 발생할 소지가 있어 고가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강남4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소재 아파트증여에 대해 증여세 신고 적정 여부를 전수 검증할 예정이다.

국세청이 특정 지역을 선정해 검증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올해 11월 기준 증여세 신고기한이 도과한 1~7월 중 강남4구와 마용성 지역 아파트의 증여 건수는 2077건으로 집계됐다.

국세청은 부담부증여로 물려받은 부동산의 담보대출이나 전세금을 증여받은 자녀가 실제 상환했는지, 대출 상환은 본인 월급으로 했으나 부모로부터 생활비를 별도로 지원받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철저히 확인할 방침이다. 당초 부동산을 취득한 증여자의 재산형성과정에서의 세금탈루 등 문제가 없는지도 자세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증여자의 아파트 구입 자금이 사업소득 탈루나 가공경비 계상 등으로 마련된 사실이 확인되면, 관련 사업체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하고 불법・탈세행위에 대해서는 세금 추징뿐만 아니라 필요한 경우 관계 기관에 고발 조치하는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처리할 예정이다.

강남4구와 마용성 지역 아파트 중 증여세가 신고된 사례는 1699건인데, 이 가운데 1068건은 매매사례가액 등 시가로 신고했나 631건은 시가를 산정하지 않고 공동주택공시가격으로 신고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시가로 신고한 1068건에 대해서는 적절한 가액인지, 상속증여 세법상 인정되지 않는 부당한 감정평가액은 아닌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공동주택공시가격으로 신고한 631건 중 시가보다 현저히 낮게 신고한 부동산에 대해서는 국세청이 직접 감정평가해 시가로 과세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세청 감정평가 기준에서 벗어나기 위해 쪼개기 증여나 법인을 이용해 우회증여한 사례들에 대하여도 정밀 검증할 예정이다.

국세청은 최근 늘어나는 미성년자 등에 대한 세대생략 증여 과정에서의 조세회피 행위 여부에 대해서도 철저히 검증할 방침이다. 고액 세대생략 증여건을 대상으로 더 높은 구간의 세율 적용 회피를 위한 위장 증여는 아닌지, 증여재산을 분산시키기 위한 쪼개기 증여인지 여부 등을 표본 검증하고, 그 결과에 따라 추후 대상을 확대하도록 할 계획이다.

미성년자 등 자금조달 능력이 없는 자에게 아파트를 증여한 경우에는 증여세 대납 여부는 물론 취득세(중과시 시가의 12%) 등 부대비용에 대한 자금이 정당하게 마련됐는지도 빠짐없이 확인할 예정이다.

수증자가 증여세・취득세 등을 납부할 능력이 없어 증여자가 대신 납부한 경우뿐만 아니라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부동산 보유시 발생하는 각종 부대비용까지 부모, 조부모 찬스로 해결하며 정당한 세부담 없이 부를 축적하는 행위를 모두 찾아내 빈틈없이 과세할 방침이다.

앞으로도 국세청은 부동산 시장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집을 편법적인 부의 이전 수단으로 악용하는 행위에 엄정히 대응할 계획이다.

한편, 부동산 등기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10월 서울의 아파트 증여건수는 2022년 10월 기준 1만68건을 기록한 이후 3년 만에 최대치인 7708건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미성년자에 대한 증여건수(223건)도 2022년 이후 최대 수준을 나타냈다.
특히 미성년자가 증여받은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강남4구・마용성 등 가격상승 선두지역에 집중돼 있어 자녀 세대의 자산양극화는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