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기존 주식과 동일권리·주문장 적용”
[파이낸셜뉴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나스닥의 ‘토큰화 주식 거래’ 승인 여부를 놓고 공식 의견수렴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 JP모건은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 머니마켓펀드(MMF)를 통해 블랙록이 선점한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월가가 블록체인을 기존 자본시장 인프라를 대체할 동력으로 채택하면서, ‘조각투자’ 위주로 논의되어 온 국내 토큰증권(STO) 시장에도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9일 외신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EC는 나스닥이 제출한 토큰화 주식 거래 규정 변경에 대한 공개 의견수렴 절차를 시작했다. 이는 블록체인 상에서 발행된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를 기존 증권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할지 검토하는 첫 공식 단계다.
나스닥 제안은 이른바 ‘이중 시장’ 형성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토큰화 주식은 기존 주식과 동일한 호가창에서 거래되며 배당과 의결권 등 투자자 권리도 똑같이 적용된다. 청산·결제도 미국 예탁결제청(DTCC)을 거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결제 속도와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EC가 법 개정이 아닌 거래소의 규칙 변경 차원에서 다루기 시작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미국은 토큰증권을 새로운 자산군이 아닌 기존 증권의 형태 진화로 해석하고 인프라 효율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토큰화 시장 제도화에 발맞춰 기관 자금 유입도 가속화되고 있다. JP모건자산운용은 이더리움 기반 첫 토큰화 MMF인 ‘MONY’를 출시했다. 최소 투자금 100만달러 이상의 기관 및 적격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며, 초기 시드 자금으로만 1억달러를 투입했다.
이는 현재 29억달러 규모로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블랙록의 토큰화 펀드 ‘비들(BUIDL)’을 정면 겨냥한 행보다. 프랭클린템플턴, 피델리티 등 주요 운용사들도 이미 유사 상품을 운용 중이다.
제도권 금융과 함께 핀테크 기업들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실물자산토큰화(RWA) 플랫폼인 온도 파이낸스는 내년 초 솔라나 블록체인 기반으로 미국 주식과 ETF를 24시간 연중무휴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출시할 예정이다.
미국 월가가 주식과 채권 등 수천조원에 달하는 정형 증권을 토큰화하며 자본시장 인프라를 개선하는 사이, 한국은 미술품이나 부동산 소유권을 쪼개 파는 ‘조각투자(비정형적 신종증권)’ 논의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TO 업체 관계자는 “미국 사례는 토큰증권의 본질이 결제·청산의 효율화임을 증명한다”며 “국내도 STO 법제화 이후 이어질 시행령 설계 단계에서 예탁결제원 등 중앙 기관과 연계해 전통 자산을 토큰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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