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바람의 손자"가 태평양을 건너 전 세계 야구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간판스타 이정후(27)가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닷컴)가 선정한 '2025 세계 올스타'에 이름을 올리며 '월드 클래스'임을 입증했다.
21일(한국시간) MLB닷컴은 미국을 제외한 각국 출신 선수 중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 1명씩을 선정해 발표했다.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외야수 부문 한 자리를 꿰찬 주인공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의 이정후였다.
사실 냉정하게 성적표만 놓고 보면 의아할 수도 있다.
매체는 "이정후는 MLB 데뷔 2년 차에 놀라운 다재다능함을 뽐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특히 주목한 것은 그의 '발'과 '코스 공략' 능력이었다. MLB닷컴은 "홈런은 8개에 그쳤지만, 무려 31개의 2루타와 12개의 3루타를 쏟아냈다"며 "구장 그 어떤 곳으로도 타구를 날려 보내는 스프레이 히터의 정석"이라고 극찬했다.
단순히 공을 멀리 보내는 힘보다, 그라운드를 찢어놓는 날카로운 타구와 폭발적인 주루 플레이가 세계 올스타 선정의 배경이 된 셈이다. 이는 이정후가 '파워'가 지배하는 MLB에서 '정교함'과 '스피드'라는 한국 야구 특유의 색깔로 생존을 넘어 정복에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이번 명단이 더욱 의미가 있는 이유는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와 함께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오타니가 일본을 대표해 지명타자 부문에 선정된 가운데, 이정후는 한국을 대표해 외야수 부문에 당당히 자리했다.
두 선수는 이제 단순히 아시아를 넘어, 각 나라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서 '지구 방위대' 급 라인업을 구성하게 됐다. 이외에도 에드윈 디아스(푸에르토리코), 조시 네일러(캐나다) 등 각국의 내로라하는 슈퍼스타들이 이정후의 '동료'가 됐다.
MLB닷컴은 이정후의 실력뿐만 아니라 스타성에도 주목했다. 매체는 "샌프란시스코에는 이미 이정후를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팬클럽 '후리건스(Jung Hoo Lee-gans)'가 생겼을 정도"라며 현지의 뜨거운 인기를 소개했다. 실력으로 인정받고, 매력으로 팬들을 홀린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의 '복덩이'를 넘어 한국 야구의 위상을 드높이는 외교관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시즌 종료 후 국내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이정후는 이번 선정을 통해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정조준한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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