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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막히니 빨리 계약해지"… 아파트까지 노리는 ‘기획소송’

이종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21 18:12

수정 2025.12.21 18:11

10·15 대책에 중도금 마련 혼란
일부 로펌들 계약해지 소송 권유
비아파트는 분양법 일부 조항 악용
계약해지 집단소송 부추기며 논란
업계 "부동산 전반 확산될라" 우려
"대출 막히니 빨리 계약해지"… 아파트까지 노리는 ‘기획소송’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을 통해 새 아파트 중도금 및 잔금대출을 더 옥죄면서 계약해지 집단소송이 아파트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부 중소 로펌들은 '10·5 대책'의 파장을 내세우며 '아파트 계약해지 소송'을 부추기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이 입주율 하락은 물론 계약해지 기획소송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계약해지 문의·상담이 레지던스·오피스텔 등 비주거에서 최근에는 아파트에서도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A 건설사 관계자는 "강화된 주담대 및 전세대출 규제로 계획했던 자금계획이 틀어졌고, 돈을 못 내니 계약을 해지해 달라는 문의가 예사롭지 않다"고 현재 분위기를 전했다.

B사 관계자도 "중도금을 상환하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계약자들도 상당수"라며 "계약자 입장은 이해하나 계약해지가 불가능하다고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로펌들은 '10·15 대책'을 내세우며 아파트 계약해지 집단소송 홍보에 나서고 있다. S 법무법인은 대출규제가 더 세지면서 지금은 무리하게 끌고 가는 것보다 위약금을 감수하고 계약을 해지하는 리스크 절감 전략이 더 중요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 법무법인은 "계약해지 가능성을 찾아드린다는 원칙으로 일하고 있다"며 "입주 예정자들이 함께 진행할수록 1인당 비용이 훨씬 절감된다"고 알리고 있다.

S 법무법인 외에도 적지 않은 중소로펌들이 '10·15 대책'으로 대출 옥죄기 강도가 세지면서 계약해지 집단소송에 나설 것을 권유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주택건설협회 고위 관계자는 "계약해지 소송의 경우 분양 계약자가 승소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고, 결국 계약자만 더 큰 손해를 보게 된다"며 "10·15 대책 이후 아파트조차 계약해지 집단소송 대상이 되고 있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10·15 대책'에서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 등을 '삼중 규제지역'으로 묶으면서 대출문턱을 크게 높였다. 이로 인해 중도금 집단대출이 분양가의 40%로 줄었다. 잔금대출 한도도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4억원, 25억원 초과 2억원으로 제한된다. 정부는 또 잔금을 치를 때 전세 낀 매수도 사실상 차단한 상태다.

이 같은 대책으로 기존 주택 매도도 쉽지 않으면서 수도권 전역 새 아파트 입주율도 하락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11월 서울 아파트 입주율은 86.8%로 10월(92.2%) 대비 크게 하락했다. 수도권도 10월 85.9%에서 11월 81.4%로 떨어졌다. 미입주 원인은 잔금대출 미확보(30.4%)와 기존주택 매각지연(30.4%) 등이다. 노희순 주산연 연구위원은 "강력한 대출규제 등의 영향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입주전망이 하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비아파트의 경우 계약해지 집단소송이 예사롭지 않다. 앞서 한국디벨로퍼협회는 지난해 레지던스·오피스텔·생숙 등 비아파트 집단소송이 확산되자 대한변호사협회에 관련 협조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집단소송이 일부 변호사들의 유인에 의한 것으로 개선방안을 함께 논의하자고 했으나 진척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업계는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이 일부 조항이 계약해지 집단소송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해당 법은 오피스텔·근린생활시설·레지던스 등 비아파트가 대상이다. 광고에 분양계약 체결과 무관한 단순 누락이나 오기도 허가권자가 시정명령을 내려야 하고, 분양계약서에 시정명령을 약정 해제 사유로 반드시 포함토록 한 규정이 그것이다.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계약해지 집단소송은 투자 실패를 만회하기 방법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연이은 대책으로 기획소송이 부동산 상품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