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언어도, 문화도 다른 이방인이 끌린 휴머니즘 [이현희의 '아트톡']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22 18:17

수정 2025.12.22 18:16

박수근 '거리'
박수근 '거리' 서울옥션 제공
박수근 '거리' 서울옥션 제공

최근 들어 성공적인 콘텐츠들로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늘어나면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미술계에서 이를 대표할 수 있는 작가를 꼽자면 단연 박수근이다. 박수근의 작품은 지금으로부터 70여 년이나 앞서 외국인의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박수근 작품의 매력은 제작방식과 소재, 구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물감을 반복적으로 덧입히는 방식으로 거칠게 처리한 화면은 오랜 시간 묵묵하게 자리를 지킨 자연석을 연상시킨다.

소재는 격동의 근현대사를 지나고 있는 우리의 모습으로, 사랑과 유대감, 삶에 대한 소박함이 엿보인다. 주로 배경이 생략된 채 묘사되는 소재는 시대의 어두움을 잊게 하고 휴머니즘을 남긴다.

1960년에 제작된 '거리'는 여행 중 접하게 된 박수근의 작품에서 이러한 휴머니즘을 읽어내고 동감했던 미국인이 오랜 기간 소장했던 작품이다. 두 무리의 인물들을 세로로 긴 화면에 한데 담아내며 풀어내고 있는 작가의 운용미를 찾아보는 재미가 크다. 화면을 넓게 차지하고 있는 상단의 인물들은 모자 관계로, 짐을 이고 있어 빠르게 걷기 어려운 엄마를 뒤로 한 채 아이가 발걸음을 재촉한다. 하단에는 친구처럼 보이는 두 명의 소녀가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단순한 구성 같지만 인물별로 옷의 색감을 다르게 하여 차별성을 뒀다.
인물간 관계에 따라 크기를 다르게 표현하기도 하고 움직임, 방향성 등 상단과 하단에 상대적 개념이 두드러지는 특징을 보인다.이처럼 '거리'는 다양한 측면에서 박수근의 독자적인 화풍과 조형적 의지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자신만의 작업세계를 구축해 언어도, 문화도 다른 외국인의 시선을 붙잡고 발길을 멈추게 한 박수근의 작업을 보면 문화 경쟁력에 있어 진정한 K-컬처의 면모를 느끼게 된다.

이현희 서울옥션 아카이브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