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가상자산시장과 전통 금융시장 간 동조화 현상이 강화되면서, 가상자산발 충격이 주식시장 등 전통 금융시장으로 파급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23일 발표한 ‘2025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최근 글로벌 가상자산시장이 제도화 흐름 속에서 전통 금융시장과의 연계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가상자산과 주식시장 간 상관관계가 뚜렷하게 높아졌다는 평가다.
비트코인·주식시장 동조화 뚜렷
한은에 따르면 글로벌 가상자산시장(비트코인)과 미국 주식시장(S&P500)의 수익률 상관계수는 팬데믹 이후 상승 흐름을 보였다. 반면 외환시장(달러화 지수)과는 간헐적인 약한 음의 상관관계가 나타났고, 채권시장과의 연계성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다.한은은 이러한 동조화 현상의 배경으로 가상자산시장 제도화와 기관투자자 참여 확대를 지목했다. ETF 등 현물 연계 금융상품이 도입되고, 법인과 기관투자자의 가상자산 보유가 늘어나면서 전통 금융시장과의 연결 고리가 강화됐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팬데믹 이후 저금리 환경 속에서 인플레이션 헤지와 대체 투자 수요가 증가하며 기관투자자의 간접적인 가상자산 투자 참여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이후 비트코인 선물 ETF와 현물 ETF 승인 등을 계기로 가상자산시장과 전통 금융시장 간 연계가 더욱 강화됐다.
이 과정에서 가상자산 가격 변동이 금융기관 자산건전성, 기관투자자의 포트폴리오 조정, 시장 신뢰 변화 등을 통해 전통 금융시장으로 파급될 수 있는 경로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충격 전이, 주식시장 중심으로 확대…국내는 아직 연계성 낮아
한은이 전이효과 지수를 통해 분석한 결과, 글로벌 가상자산시장 충격이 전통 금융시장으로 전이되는 정도는 2020년 이후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크게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거시경제 충격 발생 시기나 통화정책 기조 전환 국면에서 이러한 파급 효과가 더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평상시에는 가상자산시장과 전통 금융시장 간 전이효과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는데, 이는 주식시장이 기업 실적 등 펀더멘털 중심으로 움직이는 반면 가상자산시장은 기대심리와 수급 요인에 더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국내 가상자산시장의 경우 법인 참여 제한과 상품 발행 규제 등으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 비해 전통 금융시장과의 연계성이 아직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한은은 “국내 가상자산시장은 거시경제 요인 외에도 자체적인 수급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글로벌 시장과 동일한 수준의 동조화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도화 과정서 리스크 관리 필요”
다만 향후 가상자산 제도화가 진전되면서 법인과 외국인 참여가 확대될 경우, 국내 시장 역시 전통 금융시장과의 연계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시장 내 충격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파급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한은은 강조했다.
한은은 “가상자산시장은 변동성이 크고 심리에 민감한 특성이 있는 만큼, 제도화 과정에서 시장 구조와 자금 흐름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고 전통 금융시장으로의 충격 전이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