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이제는 더 이상 얽매이긴 우리 싫어요/신문에 티비에 월급봉투에…" 가수 겸 작곡가 최성원은 '제주도의 푸른밤'이라는 곡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외롭다고 느껴진다면" "오랫동안 지쳤다고 생각된다면" 제주도로 훌쩍 떠나보라고 권한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관광공사가 추천한 '놓치지 말아야 할 겨울 제주 여행지'를 따라, 지금 제주의 겨울 속으로 들어가보자.
■추위를 잊게 하는 제주의 겨울풍경 둘
제주의 겨울은 강렬한 붉은색과 순수한 하얀색 두 가지로 기억된다. 겨울 제주 곳곳에는 화사한 동백꽃이 만개해 정원부터 숲, 감성적인 카페까지 동백꽃 명소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제주도 동백은 비교적 이른 시기에 개화해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가 절정이다.
제주의 겨울을 대표하는 또 다른 색은 눈 덮인 한라산의 하얀색이다. 나무와 길 위에 소복이 내려앉은 하얀 눈은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기분이 들게 한다. 예약 없이 오를 수 있는 한라산 영실과 어리목 코스는 눈 오는 날에 특히 좋다. 영실 탐방로를 따라 윗세오름 정상에 서면 끝없이 펼쳐진 설원을 내려다보며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또 애월읍 바리메오름이나 조천읍 물영아리오름도 눈덮인 제주를 감상하기에 좋은 장소다. 다만, 눈 오는 날 한라산을 방문할 땐 아이젠을 챙기는 걸 잊지 말자.
■바람을 가르며 즐기는 겨울 액티비티
제주에서 눈을 만나면 또 다른 즐거움이 생긴다. 눈 내린 한라산이나 오름을 직접 걷는 재미가 쏠쏠해서다.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뽀득뽀득 느껴지는 눈의 촉감과 새하얗게 펼쳐진 설원이 겨울 제주를 더욱 신나게 한다. 고요한 자연을 오롯이 느끼며 걸을 수 있다는 점이 겨울 산행의 매력이지만, 백록담 정상 등반은 하루 최대 1500명으로 인원을 제한하기 때문에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한다.
제주의 다양한 숲을 해설사와 함께 걸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서귀포치유의숲, 환상숲곶자왈, 한라생태숲 등에서 운영하는 트레킹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길을 걸을 수 있어 혼자 걷는 것보다 더욱 알차게 숲을 즐길 수 있다. 해설사 프로그램은 인기가 꽤 높은 편이어서 사전 예약이 필수다.
겨울 바다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한겨울에도 제주 바다는 의외로 따뜻해서 파도를 가르며 즐기는 겨울 서핑은 여름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또 매년 겨울 함덕해수욕장에서 펼쳐지는 '비치 크리스마스'나 중문 색달 해변에서 열리는 '서귀포 겨울바다 국제 펭귄 수영대회' 같은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이색적인 제주의 겨울과 만날 수 있다.
■제주 마을과 길에서 만나는 특별한 매력
겨울 제주는 익숙한 풍경도 새롭게 다가온다. '2025 한국관광의 별' 시상식에서 '친환경 관광지'로 선정된 비양도와 '관광산업 발전 기여자'로 지정된 제주올레길이 그런 곳이다. 비양도는 때묻지 않은 자연과 조용한 마을 풍경이 공존하는 섬이다. 섬을 천천히 한 바퀴 걸으면 제주가 지닌 자연의 원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또 제주올레길은 지역과 사람, 자연을 잇는 제주 대표 트레킹 코스로, 겨울의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제주의 매력을 더욱 깊이 마주하게 한다.
'대한민국 관광도로 1호'로 지정된 구좌읍 숨비해안로도 여행자들 사이에서 버킷리스트로 떠오르면서 최근 찾는 이들이 많아진 곳이다. 탁 트인 해안선과 돌담, 겨울 햇살이 만드는 청명한 풍경이 드라이브나 라이딩을 즐기기에 제격이어서다.
겨울 제주에서는 다양한 감귤 체험도 인기다. 귤나무 사이를 거닐며 직접 감귤을 따는 체험부터, 감귤을 활용해 제주의 전통떡인 상웨떡과 귤청 만들기까지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어 찾는 이들이 많다. 감귤따기 체험은 서귀포에 있는 가뫼몰농장과 느영나영감귤따기체험장, 제주귤향기감귤농장 등이, 상웨떡과 귤청 만들기 체험은 남원읍 하례리에 있는 하례점빵이 유명하다.
■겨울 제주에 왔다면 뜨끈한 고기국수
여행의 성패는 음식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겨울 제주에 왔다면, 뜨끈한 고기국수 한 그릇을 뚝딱 비워보자. 돼지고기와 돼지뼈를 우린 맑은 육수에 돼지고기가 고명으로 들어간 고기국수는 제주를 대표하는 소울푸드다.
전통적인 고기국수는 진한 고기 육수에 간장과 마늘, 후추로 간을 맞춰 깊은 감칠맛을 낸다. 제주시 인근에서는 양파·대파·시금치 등 채소를 더해 깔끔한 맛을 강조하고, 서귀포 지역에서는 해산물을 함께 넣어 시원한 풍미를 살린 것이 특징이다. 제주시 구도심 지역인 삼성로 일대에 '국수문화거리'가 조성돼 있지만 도내 어디를 가도 맛있는 고기국수를 맛볼 수 있다.
제주와 서귀포를 잇는 길 위의 휴게소에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음식들이 있다. 뜨끈하게 몸을 녹여주는 어묵과 든든하게 한끼를 채워주는 김밥, 토스트는 긴 운전에 지치지 않도록 배를 든든히 채워준다. 특히 제주 휴게소 안에는 유명한 김밥 맛집들이 많아 한라산으로 향하기 전이나 서귀포로 떠나기 전, 김밥을 챙겨 피크닉을 즐기듯 여정을 시작해보는 것도 좋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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