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대표팀 BWF 월드투어 3관왕
안세영 "전성기 오지 않았다"
내년 그랜드슬램 달성 채찍질
세계 최강 올라선 남녀 복식팀
나고야 아시안게임 낭보 기대
안세영 "전성기 오지 않았다"
내년 그랜드슬램 달성 채찍질
세계 최강 올라선 남녀 복식팀
나고야 아시안게임 낭보 기대
박주봉 감독이 이끄는 배드민턴 대표팀은 지난 21일 중국 항저우에서 막을 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스 2025에서 전체 5개 종목 중 무려 3개 종목(여자단식, 남자복식, 여자복식)을 석권했다. 지난 1983년 대회 창설 이래 한국이 3개 종목을 휩쓴 것은 42년 역사상 처음이다.
이번 '항저우 대첩'의 선봉장은 단연 안세영(삼성생명)이다. 안세영은 여자 단식 결승에서 중국의 왕즈이를 2-1로 제압하며 시즌 11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는 2019년 남자 단식의 모모타 겐토(일본)가 세운 단일 시즌 최다 우승 기록과 타이다. 안세영은 올 시즌 77전 73승 4패, 승률 94.8%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겼으며, 배드민턴 역사상 최초로 단일 시즌 상금 100만달러(약 14억8000만원)를 돌파하는 금자탑을 쌓았다.
결승전에서 만난 왕즈이는 안세영에게 올 시즌에만 8전 전패를 당했다. 경기 후 눈물을 보인 왕즈이의 모습은 현재 전 세계 랭커들이 안세영에게 느끼는 '통곡의 벽'과 같은 절망감을 대변한다. 그러나 안세영은 우승 직후 "아직 나의 전성기는 오지 않았다. 완벽한 경기를 펼쳤을 때가 전성기"라며 스스로를 더욱 채찍질했다.
안세영의 독주만이 아니다. 남자 복식의 서승재-김원호(삼성생명) 조 역시 한국 배드민턴의 확실한 '필승 카드'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1월, 7년 만에 재결합한 이들은 호흡을 맞춘 지 1년도 채 안 돼 세계랭킹 1위를 꿰찼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안세영과 마찬가지로 시즌 11승을 달성하며 남자 복식 최강자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 박주봉-김문수, 김동문-하태권으로 이어지는 한국 남자 복식의 '황금 계보'를 잇기에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여자 복식도 든든하다. 이소희(인천국제공항)-백하나(MG새마을금고) 조는 이번 대회 2연패를 달성하며 '왕중왕'의 자격을 입증했다.
이제 한국 배드민턴의 시선은 2026년 일본으로 향한다. 당장 내년 4월 중국 닝보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는 안세영에게 '그랜드슬램'(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 제패) 달성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다. 나아가 9월 열리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이번 항저우에서의 성과를 재확인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안세영이 아시안게임 2연패에 성공한다면 이는 한국 배드민턴 단식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 된다. 전설 방수현조차 이루지 못한 업적이다. 서승재-김원호 조와 여자 복식조 역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정조준하고 있다. 박주봉 감독은 "선수들의 기량이 특출나고 훈련 환경이 안정되면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며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특정 대회의 반짝 활약이 아닌, 시즌 전체를 지배하며 '시스템의 승리'를 증명해 낸 한국 배드민턴. 만리장성을 넘어선 셔틀콕의 위력은 이제 일본 열도를 정조준하고 있다. 지금 한국 배드민턴은 의심할 여지없는, 가장 찬란한 전성기를 지나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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