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런 게 유행이라고?..비행기 1등석 앉아 라면먹으며 "지긋지긋한 가난"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26 08:47

수정 2025.12.26 08:46

‘지독한 가난’ 밈 관련 SNS 게시물. 연합뉴스, SNS
‘지독한 가난’ 밈 관련 SNS 게시물. 연합뉴스, SNS

‘지독한 가난’ 밈 관련 SNS 게시물.
‘지독한 가난’ 밈 관련 SNS 게시물.

[파이낸셜뉴스] 온라인상에 우회적으로 경제적 여유를 과시하는 이른바 '가난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다.

26일 SNS에 따르면 "지긋지긋한 가난"이라고 호소하면서 실제는 경제적 여유를 과시하는 사진을 올리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비행기 1등석에서 라면을 먹으며 "이 지긋지긋한 가난"이라고 하는가 하면, "오늘도 김밥에 라면이라니, 지긋지긋한 가난"이라며 억대 페라리 차량의 키를 함께 찍어 올린 게시물도 있다.

또 명품 브랜드 유모차를 구매하며 "아이 유모차가 1500만원이라니, 이 지긋지긋한 가난"이라고 적은 게시물도 있다. 또 포르쉐 차량 운전석에서 명품 시계가 보이도록 사진을 찍고 “지긋지긋한 가난. 기름 넣을 돈도 없어서 오늘도 출근한다”고 적기도 했다.



넓은 거실에 고가의 미술품을 걸어둔 사진에도 "가진 거라곤 그림 몇 개와 강아지 한마리뿐"이라는 문구를 적기도 했다. 여기에 "수영장 갈 돈이 없어서 집에서 논다"며 호화로운 수영장에서 놀고 있는 모습, "언제쯤 컵라면에서 벗어나냐"며 컵라면 위에 5만원짜리 돈다발을 올려둔 사진도 올라왔다.

스스로 가난하다고 자처하면서 경제적 여유를 우회적으로 자랑하는 것인데, 일각에서는 실제 빈곤을 겪는 이들의 삶을 유머 소재로 삼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가난이라는 단어가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아픈지 알고 저렇게 웃음 소재로 쓰는 건가. 차라리 대놓고 자랑하는 게 더 부럽고 멋있어 보인다"고 토로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가난이 과연 웃음 소재로 쓰일 단어인가", "아무리 유행이라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방식도 다양하다”, “진짜 없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것 같다” 등 비판했다.

가수 겸 배우 김동완도 자신의 SNS를 통해 "이걸 자조섞인 농담이라고 하기엔 타입의 결핍을 소품으로 다루는 것처럼 보인다. 가난은 농담으로 쓰기 힘든 감정이다. 웃기기 위해 할 수 없는 말들이 있고, 지양해야 할 연출이 있다"고 일침을 날렸다.

이어 "나도 홀어머니랑 반지하 생활을 오래해서 늘 걸리는 단어가 '가난'"이라고 부연했다.

'가난 밈'에 대한 가수 김동완의 글. 김동완 스레드 캡처, 연합뉴스
'가난 밈'에 대한 가수 김동완의 글. 김동완 스레드 캡처, 연합뉴스

이에 대해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연합뉴스를 통해 "우리나라가 압축적으로 경제 성장을 이뤄낸 탓에 사회적 시스템의 기준이 경제적인 요소들로 맞춰졌다"며 "가진 걸 드러내거나 그리 부유하지 않음에도 부유함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경향이 생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부의 불균형이 심각하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며 "SNS에서 가난을 희화화하는 콘텐츠가 유행하는 사회적 흐름은 사람들이 빈곤계층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변 또는 지역사회에 있는 취약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