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붐에 따른 주가 급등으로 올해 미국 기술주 억만장자들의 순자산 합계가 5500억달러(약 793조5000억원) 넘게 불어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를 인용해 미 빅테크 창업자와 최고경영자(CEO) 소득 상위 10명의 순자산 규모가 2조5000억달러(약 3609조원)에 육박한다고 보도했다.
순자산 2조5000억달러는 세계 10위 경제 대국 캐나다의 국내총생산(GDP)보다 많은 규모다.
이들의 순자산 규모는 올해 초 1조9000억달러로 한국 GDP 1조8600억달러와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AI 붐을 타고 이들이 보유한 빅테크 주식 가격이 급등하자 자산이 급격히 불어난 것이다.
동남아시아 2위 경제국인 태국의 GDP 5586억달러와 맞먹는 정도의 자산이 늘어난 셈이다.
오픈AI 고문이자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인 제이슨 퍼먼은 “이는 모두 투기적인 AI의 성공과 연관이 있다”면서 “AI가 실제로 기업 순익으로 연결될지를 둘러싸고 거대한 의문이 남아있지만 투자자들은 그렇게 될 것이라고 베팅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 부자로 내년에는 첫 ‘조만장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테슬라 공동창업자 겸 CEO 일론 머스크의 순자산은 올 한 해 50% 가까이 폭증해 6450억달러로 불어났다.
머스크는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1조달러 보상패키지 방안이 통과된 데다 내년 기업공개(IPO)가 유력한 우주선 업체 스페이스X 덕에 순자산이 1조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현재 그가 소유한 스페이스X 기업가치는 8000억달러에 이른다.
지난 9월 일시적으로 머스크를 제치고 세계 최대 부자가 되기도 했던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은 오라클 주가가 이후 급락한 탓에 실리콘 부자 순위 5위로 밀려났다. 순자산은 31% 증가한 2510억달러다.
AI 붐의 최대 수혜자 가운데 한 명은 엔비디아 공동 창업자 겸 CEO인 젠슨 황이다. 실리콘밸리 8위 부자인 황 CEO는 순 자산이 37% 증가해 1560억달러가 됐다.
주목할 만한 점은 알파벳의 부상이다.
알파벳 산하 구글이 제미나이3으로 AI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엔비디아의 GPU(그래픽 처리장치)에 맞서 TPU(텐서 처리장치)로 AI칩 판도를 바꿀 수도 있다는 호재 속에 주가가 뛰자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실리콘밸리 부자 순위에서 각각 2위, 4위에 올랐다.
페이지의 순자산은 61% 폭증한 2700억달러, 브린의 순자산은 59% 폭증한 2510억달러로 집계됐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자산이 7% 증가하면서 2550억달러를 기록해 3위에 그쳤다.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는 실리콘밸리 빅10 부자 가운데 유일하게 자산이 줄었다.
자선 사업을 위해 계속해서 MS 보유 주식을 매각했기 때문이다.
게이츠의 순 자산은 올해 26% 급감해 1180억달러에 그쳤다. 그래도 여전히 부자 순위 10위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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