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규모 韓 2조달러-日 5조달러
동남아 가세하면 세계3대 경제권
中 경제패권에 대응할 토대 마련
韓日 역사문제 빼면 이해관계 맞아
경쟁력 갖춘 韓 스타트업, 日진출 등
양국 경제 시너지 효과 기대 높아
동남아 가세하면 세계3대 경제권
中 경제패권에 대응할 토대 마련
韓日 역사문제 빼면 이해관계 맞아
경쟁력 갖춘 韓 스타트업, 日진출 등
양국 경제 시너지 효과 기대 높아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동맹이 부활한다는 것은 한국의 생존과 관련해 중대한 일이다. 그런데 우리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누구도 이 정책 실패에 대해 책임지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 일본과는 조금만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지라는 얘기가 나온다. 선배 외교관들도 다 그런 경험을 했고, 그렇게 10여년이 지나는 동안 대일외교를 담당할 인재들이 잘 양성되지 못했다. 대일외교 위상도 상당히 떨어졌다. 한때는 외교부에 '아메리칸 스쿨'과 '재팬 스쿨'이 있어서 번갈아 장관도 했었는데, 이제 일본 업무에 전문성을 갖춘 재팬스쿨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왜 이렇게 됐을까.
그런데 놀랍게도, 유엔에서 찬반을 묻는 역대 결의안에 한국과 일본의 입장은 97% 가까이 일치한다. 지금 한국과 일본은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비상임이사국으로서 한국과 일본이 투표하는 안건에 대해서는 입장이 100% 일치하고 있다. 동맹국인 미국과도 이러한 일치율은 나오지 않는다.
이는 한국과 일본이 역사 문제를 제외하고는 전략적 이해관계가 사실상 똑같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지역의 안정적인 균형, 세계시장으로의 자유로운 접근, 이런 이해관계가 동일하다. 중국, 러시아와 전략적 이해관계가 일치할까. 더욱이 일본과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의 지배라는 가치관도 동일하다.
한일 양국을 둘러싼 전략환경은 극적인 변화에 직면했다. 양국의 평화와 번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전후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흔들리고 강대국들의 자국 중심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미중 전략경쟁의 전방위 확산, 우크라이나전쟁 등으로 통상·금융·기술·투자·원자재 공급 등 국제 경제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분절화가 심화되고 있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 현저화하고, 러북 군사동맹이 부활하며, 북한의 핵무장이 현실화하는 등 지역의 안보상황도 녹록지 않다. 대한민국에 지금 펼쳐진 최악의 전략환경에서 한일 관계가 악화된다면 우리에게 어떤 활로가 있을까.
미국의 고립주의 경향을 고려할 때 우리는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중국을 견제할 수 없다. 경제적으로 이미 중국과 견줄 수가 없다. 한일 경제권을 만들자는 SK 최태원 회장의 얘기에 동의한다. 일본의 경제 규모가 5조달러 정도고, 한국이 2조달러이다. 한일 경제를 하나로 하면 약 7조달러의 공동시장을 만들 수 있다. 두 국가의 경제가 통합되고, 가치관을 공유하는 호주, 뉴질랜드, 동남아의 국가들도 참여하게 되면 10조달러의 경제권을 만들 수가 있다. 그러면 세계 3대 경제권으로 부상할 수 있고, 중국의 부상에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일본에 완전히 흡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그렇게 보지 않는다. 김대중 대통령이 1998년 일본 문화개방을 했을 때 왜색문화가 우리를 지배할 것이라는 엄청한 반대가 있었다. 결과는 '겨울연가'를 필두로 한류의 탄생이었고, 일본은 세계적인 한국문화 진출의 교두보가 된 바 있다. 요즘 우리나라의 많은 스타트업이 일본 진출을 추진한다. 한국에서 성공하고 있는 아이템을 일본에 가지고 가면 충분히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일본은 아날로그 세계인데, 우리는 디지털 세계이다. 우리가 중국 시장을 잃고 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성숙한 5조달러 규모의 일본시장이 열리고 있다고 본다. 한때 우리 기업들은 거대 중국시장이 열리면서 까다로운 일본시장에서 철수한 적이 있다. 디지털 경쟁력을 갖춘 우리 기업들의 진출이 본격화하고 있음을 목격한다.
이런 점들을 생각하면서 복구된 한일 관계가 후퇴하는 일 없이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한국과 일본은 1965년 수교 이래 자유민주주의란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협력 파트너로 발전해 가야 할 것이다.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前 주일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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