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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이 기계입니까?" 우승 파티 끝나기도 전에 공항행... 14억 상금 쓸 시간도 없다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29 15:07

수정 2025.12.29 15:03

12월 31일 곧바로 출국... 1월 6일부터 대회 시작
13일에는 인도 뉴델리서 인도오픈
앞으로도 2주동안 10경기 이상 해야
안세영.연합뉴스
안세영.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화려한 피날레였다. 2025년 한 해에만 무려 11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승률은 기어코 94.8%를 찍었다. 누적 상금 100만 달러 돌파라는 금자탑도 쌓았다. 하지만 찬사가 쏟아지는 지금, 우리는 화려한 숫자 너머에 있는 '안세영의 몸'을 걱정해야 할 시점이 왔다.

'셔틀콕 여제' 안세영(23·삼성생명)이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시 짐을 싼다.

2025시즌의 여독이 채 풀리기도 전인 12월 31일, 안세영은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길에 오른다. 남들은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가족과 함께 새해를 맞이할 시간이지만, 안세영에게는 그저 또 다른 '전쟁'의 시작일 뿐이다.

일정표를 보면 '살인적'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안세영은 당장 1월 6일부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말레이시아오픈(슈퍼 1000)에 출격한다. 숨 쉴 틈도 없이 13일에는 인도 뉴델리로 이동해 인도오픈(슈퍼 750)을 치러야 한다. 두 대회 모두 세계 최정상급 랭커들이 총출동하는 메이저 대회다. 결승까지 간다면 2주 동안 10경기 가까이 치러야 하는 강행군이다.

우려되는 지점은 지난 시즌 안세영이 소화한 경기 수다. 안세영은 올해 총 77경기를 치렀다. 그중 73승을 거두며 '철녀'의 모습을 보였지만, 경기 내용을 뜯어보면 매 경기 사력을 다한 혈투가 많았다. 게다가 안세영의 플레이 스타일은 코트 구석구석을 누비며 몸을 던지는 '수비형'에 기반을 두고 있어, 체력 소모와 부상 위험도가 타 선수에 비해 월등히 높다.

스매싱을 날리고 있는 안세영.연합뉴스
스매싱을 날리고 있는 안세영.연합뉴스

안세영은 SNS를 통해 "2026년에는 더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와 더 많은 기록을 깨보고 싶다"라며 투지를 불태웠다. 당장 내년 4월 아시안선수권 우승을 통해 '그랜드슬램'을 완성하겠다는 목표와 9월 아시안게임 2연패, 세계선수권 정상 탈환 등 굵직한 과제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선수의 욕심은 당연하다. "지지 않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는 안세영의 말은 프로로서 훌륭한 자세다. 하지만 기계도 과부하가 걸리면 고장이 난다. 이미 무릎 등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뛰었던 안세영이다.
지금처럼 '우승'과 '출전'만을 강요하는 스케줄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안세영의 전성기를 예상보다 짧게 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협회와 코칭스태프의 세심한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12월 31일 출국, 그리고 1월 6일 첫 경기. '금메달'이라는 목표 아래 세계 1위 선수를 너무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2026년의 시작점에서 냉정하게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