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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돈 빌리려 했는데"… 새해에도 가계대출 계속 옥죈다

이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31 18:44

수정 2025.12.31 19:07



"1월에 돈 빌리려 했는데"… 새해에도 가계대출 계속 옥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여파로 지난해 말 가계대출 잔액이 역성장했다. 통상 연말 목표 총량에 근접한 은행들은 연말에는 대출 문턱을 높이고, 연초에는 대출 한도를 늘려왔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히며, 새해에도 '대출 한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은 가계대출은 조이고, 기업대출은 늘리며 생산적금융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9일 기준 768조65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768조1344억원) 대비 692억원 감소한 수치다.

금융당국 대출 관리 강화 지속


가계대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1월 이후 처음이다. 집계일 기준 영업일 이틀이 포함되지 않은 수치지만 은행권이 신규 가계대출 취급을 중단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증가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가계대출 축소는 신용대출 잔액이 감소한 영향이다. 신용대출 잔액(29일 기준)은 105조4316억원으로 전월 대비 1329억원 줄었다. 앞서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대출한도가 막히자 신용대출로 일부 수요가 몰리며 신용대출 잔액이 급증한 바 있다. 연말 총량관리가 강화되면서 신용대출 역시 감소세로 전환됐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11조5272억원으로 전월 대비 2415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주담대 잔액은 지난 11월부터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11월 말 주담대 잔액 증가 폭은 6396억원으로 7월(4조5452억원)과 비교해 증가세가 대폭 더뎌졌다. 은행권이 대출총량을 맞추기 위해 신규접수를 중단한 데다 6·27 대출규제 영향이 시차를 두고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새해에도 높은 대출 문턱을 허물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연초에도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이어간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다. 금융위원회는 연초 가계대출 관리를 당부하기 위해 국내 주요 은행을 대상으로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은행권이 관행처럼 연말에 대출을 억제하고, 연초에 다시 늘리는 악순환을 끊겠다는 취지다.

은행권은 가계대출 대신 기업대출에 무게를 두며 '생산적금융'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말 이재명 대통령은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놀이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주길 바란다"고 질타한 바 있다. 이후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생산적금융 강화를 요구하면서 은행들은 자금 운용의 축을 부동산·가계대출에서 산업·기업금융으로 옮기고 있다. 금융자원을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첨단·벤처·혁신기업 등의 영역에 투입하는 생산적금융 정책 기조가 반영된 결과다.

기업대출 늘려 '생산적 금융' 강화

기업대출 잔액(29일 기준)은 848조711억원으로 지난해 9월 말(837조9482억원)과 비교해 10조1229억원 증가했다.
2024년 말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더욱 가파르다. 2024년 말(820조6226억원)과 비교하면 27조원가량 늘어난 수치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가 강하게 생산적·포용금융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연초에도 가계대출 확대는 어려워 보인다"며 "자연스럽게 기업대출 강화 기조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chord@fnnews.com 이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