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올해 들어 자신의 이름을 딴 정부 기관과 공공 프로그램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부동산·상품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온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브랜드 전략이 국가 제도와 행정 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재집권 이후 워싱턴의 공공 건물과 연방 정부 프로그램, 군사·재정 정책 일부에 자신의 이름을 직접 사용하고 있다.
올해 가장 논란이 된 사례는 워싱턴DC의 케네디센터 개명이다. 의회가 1964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을 기리기 위해 설립한 이 공연장은 지난해 말 '도널드 J. 트럼프 및 존 F. 케네디 기념 공연예술센터'로 명칭이 변경됐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대통령 이름 사용이 이어졌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12월 3일 의회가 설립한 정부 예산 지원 싱크탱크인 미국평화연구소의 명칭을 '도널드 J. 트럼프 평화연구소'로 변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8개의 전쟁을 종식시켰다는 주장을 근거로 들었다. 연구소 건물 외벽에도 트럼프의 이름이 새겨졌다.
군사 부문에서는 차세대 미 해군 군함 계획이 발표되며 '트럼프급(Trump-class)'이라는 명칭이 사용됐다. 다만 해당 군함은 아직 설계 단계에 있으며 실제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미 해군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함정 건조 계획을 취소한 전례가 있다.
재정 정책에서도 대통령 이름이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7월 통과된 감세·지출 삭감 법안으로 신설된 아동 대상 세제 혜택 저축계좌는 현재 미 국세청(IRS) 웹사이트에서 '트럼프 계좌(Trump Accounts)'로 표기되고 있다. 이 계좌는 의회 입법으로 만들어진 만큼, 향후 명칭 변경에는 의회의 동의가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는 부유한 외국인 투자자에게 미국 거주 허가를 신속히 부여하는 신규 이민 비자 프로그램 '트럼프 골드카드(Trump Gold Card)'를 출범시켰다. 정부 운영 처방약 할인 웹사이트 'TrumpRx.gov'도 추진 중이며, 이 사이트는 2026년 출범이 예상된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10월 미국 독립 선언 250주년을 기념해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이 들어간 1달러 동전 시안을 공개했지만, 실제 발행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미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F-47 역시 공식 명칭에 대통령 이름이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47대 대통령을 상징하는 의미가 담겼다는 설명이 나왔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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